헌재, 소장 대행에 문형배 재판관 선출 ‘비상 체제’ 돌입

입력 2024-10-25 01:05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된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4일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 문형배(58·사법연수원 18기) 헌법재판관을 선출했다. 이종석 전 헌재소장 등 재판관 3명 퇴임으로 6인 체제가 된 헌재는 본격적으로 ‘비상 운영체제’에 돌입했다. 헌재가 지난 14일 ‘심리정족수 7명’ 규정 효력을 일시 정지시켜 헌재 마비 사태는 일단 피했지만 재판관 공백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헌재 재판관 6명은 이날 오후 3시 재판관회의에서 문 재판관을 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문 재판관은 2019년 4월 19일 문재인정부 시절 이미선 재판관과 함께 임명됐고, 임명 날짜와 나이를 고려했을 때 최선임자다.

헌재 규칙에 따르면 헌재소장이 일시적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최선임이 권한을 대행한다. 소장 자리가 비어 있는 궐위 상태가 되거나 소장이 1개월 이상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재판관회의를 열고 권한대행을 선출한다. 헌재 내부에선 이번 소장 공백 사태가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는 각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되는 3개의 지정재판부가 헌법소원 심판 사전심사를 맡는다. 이 전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지난 17일 퇴임해 각 재판부에는 재판관이 2명씩 남았다. 헌재는 3개 재판부는 유지하되 빈자리는 다른 재판부 재판관이 임시 대직해 채우기로 결정했다. 본인 재판부 업무에 대직까지 더해져 업무량이 더 늘게 됐다.

문 재판관은 이 전 소장 퇴임 후 지난 18일부터 임시 대행을 맡아왔다. 그는 헌재 연구관들에게 새 재판관이 임명되면 신속히 선고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사건 연구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헌재는 지난 14일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재법 조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시 정지시켰다. 법조계에서는 6인 체제로 중요 사건에 대한 결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헌재법에 따라 위헌이나 탄핵 결정의 경우 재판관 6명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남은 재판관 6명 중 5명은 위헌 의견을 냈는데, 1명이 합헌 의견을 내 결과적으로 합헌 결정이 나올 경우 9명 전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쟁점이 첨예한 사건일수록 신뢰성에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인 체제에서 재판관 1~2명의 반대로 기각되거나 합헌 결정이 났을 때 국민들은 결정의 정당성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 내부에선 쟁점이 첨예한 사건 선고는 미루고 6명 의견이 일치되는 사건만 먼저 처리할 경우 재판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