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손’ 회동 이어 특별감찰관 갈등, 볼썽사나운 與 내분

입력 2024-10-25 01:30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함께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에 촉발된 여권 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빈손’ 회동 이후 친윤·친한계가 기다렸다는 듯 맞붙고 있다. 양측은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기존 3대 요구 사항에 이어 이제는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로 정면충돌할 태세다. 여권 전체가 1년 중 가장 중요하다는 정기국회 시즌마저 계파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표는 24일 “당헌상 대표가 원내외 일을 총괄한다”면서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자 당대표 권한임을 내세운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친족 비위를 감찰하는 자리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9월 이후 8년째 공석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면 여당도 특별감찰관을 추천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다. 한 대표 입장에 대통령실은 “북한 인권 문제는 당 정체성과 연결돼 있어 특별감찰관과 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여사 주변을 감찰해야 한다는 한 대표 의중에 태클을 건 것이다.

특별감찰관 문제마저 여권 내 계파 갈등의 재료가 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두 자리가 업무상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면 모를까 아무 상관없는 자리를 정파적 득실을 따져 추천을 연계하겠다는 것 자체가 틀린 발상이다. 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야당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와 연계해 여당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여권이 특별감찰관 문제마저 내부 조율을 통해 결론내지 못하고 싸움으로 몰아가는 건 스스로 정치력이 없다고 자인하는 꼴이다. 친윤계나 친한계 모두 연계 여부에 대해 이미 찬반 입장을 정해놓은 터라 의총을 연들 싸움만 할 게 뻔하다.

무엇보다 윤·한 회동 이후 여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하나같이 볼썽사납다. 회동 직후 윤 대통령이 추 원내대표를 불러 따로 만찬을 한 것이나 이튿날 한 대표가 친한계 의원들과 가진 세 과시 회동,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 다툼 등이 그런 일들이다. 여권 내부가 이래선 거대야당을 상대할 수도 없거니와 국정을 원활히 운영하기도 어렵다. 여권 전체가 현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자성해야 한다. 속히 내분을 접고 정상적인 당정 관계를 회복하지 않으면 더 많은 국민이 여권에 등을 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