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가장 먼저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 출범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의아하다. 국민들의 불편과 환자들의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 수준에선 참여가 어렵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칫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은 뒷짐 지고 테이블 세팅을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 보도 등을 보면 민주당 일각에선 ‘전공의를 대의하거나 설득하거나 강제할 만한 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협의체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전공의를 대의하거나 설득하거나 강제할 만한 단체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특정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지난달 4일 박찬대 원내대표가 협의체를 처음 제안한 배경도 그 때문이었을 게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가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제안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화답하면서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됐다. 대한의학회 등 의료 단체 2곳의 협의체 참여가 가벼운 결정이 아니라는 점도 숙고해야 한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여러가지 비난이나 의학회의 입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고민한 후의 결정”이라고 했고, 실제 이들 단체는 의료계 곳곳으로부터 수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다.
당의 원내대표가 처음 제안했던 내용이 어렵게 성사된 만큼 민주당은 협의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때 중심을 잡아주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협의체를 주도하면서 의정갈등 해결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제1야당,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