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나눔 정신 빛난 KPGA 더 채리티 클래식

입력 2024-10-26 04:31

오랜 기간 골프 현장을 취재하면서 이런 대회는 처음이었다. 대회 총상금액인 10억 원과 같은 금액을 주최 측이 채리티 기금으로 통 크게 내놓아 화제가 된 KPGA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포스터)이다.

이 대회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12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에서 개최됐다.

동아쏘시오그룹이 타이틀 스폰서인 더 채리티 클래식은 여러가지면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먼저 채리티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대회명에서 주최사의 이름을 뺐다.

기업이 골프 대회를 개최하는 가장 주된 목적은 마케팅을 통한 매출 증대다. 따라서 대회 타이틀명에 가급적 기업 이름을 포함시키려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도 동아쏘시오그룹은 이름을 빼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정도경영(鼎道經營) 철학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과 국내 남자프로골프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대회 모든 주체들이 토너먼트 슬로건인 ‘모두의 채리티’ 실현을 위해 적극 동참했다. 먼저 주최사인 동아쏘시오그룹은 대회 총상금액과 동일한 10억 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물꼬를 텄다. 이는 국내 남녀 프로 골프 대회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채리티는 릴레이로 이어졌다.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 대상으로 진행한 기부 프로그램인 ‘채리티 갤러리’를 통해서도 모금이 이뤄졌다. 모금액은 전액 기부됐다. 또 공식 연습일에 출전 선수 전원이 참여한 ‘박카스 채리티 챌린지’에서 적립된 박카스도 모두 기부했다.

주최 측의 통 큰 기부에 선수들도 적극 동참에 나섰다. 컷을 통과한 선수들은 자신들이 획득한 상금의 10%를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그러자 대회 코스인 설해원도 골프장이 위치한 양양 지역사회를 위해 써달라며 1억 원을 기부했다.

채리티의 화룡점정을 찍은 건 대회 우승자 조우영(23·우리금융그룹)이었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 상금의 30%(6000만 원)를 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조우영은 “이번 대회가 ‘채리티’를 지향하는 대회인 만큼 나도 우승 상금의 30%인 6000만 원을 소아 환우 치료비로 기부하겠다”면서 “소아 환우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우영의 기부금 등 대회 기간 적립된 기부금 전액은 소아 환우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조우영이 기부한 6000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KPGA투어 올 시즌 상금 순위 78위(5768만3708원)를 약간 웃도는 적잖은 액수다. 그럼에도 조우영은 기쁜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했다. 그리고 그런 조우영을 향해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동아쏘시오그룹 후원 선수로서 대회 ‘호스트’ 역할을 한 박상현(41·동아제약)은 “어린 선수가 보여준 통 큰 결정에 선배로서 뿌듯함과 함께 큰 감명을 받았다. 나이를 떠나 그 행동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조)우영이의 대회 취지에 걸맞은 멋진 행동으로 더 채리티 클래식은 더욱 빛이 났다”고 칭찬했다.

대회는 기상 악화로 당초 72홀에서 54홀로 단축됐다. 가을비가 세차게 내린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대회 기간 내내 쌀쌀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대회 주체들이 보여준 선행 때문에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고 감동이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