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일하던 한 남자는 지인 소개로 가구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그렇게 7년째 이어질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새로운 가구 관련 소재를 공부하고 수백 종류의 가구 제품을 기획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예배와 교회 봉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지난 23일 경기도 김포 로이퍼니처랩 사무실에서 만난 김훈(48) 대표는 “원목이나 대리석 식탁이 유일하던 4~5년 전쯤 신소재 코팅 상판으로 실용성을 더한 이른바 ‘화이트 식탁’의 유행을 우리가 이끈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면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착한 기업이 돼 크리스천 기업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경 인물 담은 제품들
로이퍼니처랩은 가구 디자인 제조회사다. 자체 디자인해 위탁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에서 제작한다. 테이블과 소파, 거실장 등 가정용이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식탁으로 주로 쓰이는 테이블이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케아나 한샘 등 가구업계 공룡기업과 고급 가구 회사 사이에서도 로이퍼니처랩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효자 상품군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 사용이 편리하고 디자인이 좋은 데다 같은 품질의 제품 중에서도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20~30대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특허를 낸 가구도 적지 않다.
제품 이름엔 성경 속 인물 등 기독교적 용어가 담겼다. 야콥(Jacob) 이레(Jireh) 세이비어(Savior) 쉐마(Shema) 등 20여개 제품이 그렇다. 김 대표는 “가끔 구매자들이 ‘크리스천 기업이냐’는 식으로 물어보는데 알아보고 반가워할 때 더없이 기쁘다”고 했다. 기업명에도 기독교적 가치가 반영됐다. ‘로이(Roi)’는 히브리어로 깊이 살핀다는 의미다. 성경에서는 깊이 살피시는 하나님을 표현할 때 이 단어를 쓴다. 김 대표는 “선한 목자 되시는 하나님이 가장 좋은 길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선한 인도하심대로… 예상치 못한 성장
김 대표는 법인 투자 관리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상담 온 지인이 하던 가구판매업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관련 일을 시도했다. 사업성을 확인한 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7년 로이퍼니처랩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모두 만류하던 창업이었다. 대부분 사업이 그렇듯 부침이 있었다. 김 대표는 “거두어 가시는 분도,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고 또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을 믿기에 무슨 일이 생겨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업을 이 정도로 성장시킨 것도 기적”이라고 웃었다.
그의 설명처럼 위기라고 생각한 순간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 시국이 대표적이었다. 당시는 가구를 전시하는 쇼룸을 확장하는 등 투자 시점이었지만 감염병 대유행에 한 치 앞도 예측이 어려웠다. 김 대표는 “집 밖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한 사람들이 집 인테리어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며 “평소보다 2배 이상 매출이 늘어 회사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아무도 그런 전화위복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경험 주는 착한 기업 되고파
김 대표는 로이퍼니처랩이 하나님의 향기를 풍기는 착한 기업으로 남길 바랐다. “가장 먼저 우리를 선택해준 소비자에게 전해진 가구가 좋은 제품이길 먼저 바라고, 또 설치 후 하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했다. 기독교 용어를 가구 이름으로 정한 이유도 그런 진심이 반영됐다.
로이퍼니처랩은 5년 전부터 타 중소 가구회사와 다르게 외부 배송 업체를 쓰지 않는다. 그는 “잘 만들진 제품을 회사가 직접 배송해 소비자에게 마지막까지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서”라면서 “직접 배송 시스템이 비용이 더 들지만 과거 제품 설치와 관련해 항의 10건이 있었다면 지금은 1건도 없을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가구업 특성상 수많은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하나님의 선한 이끄심대로 기업을 운영하려 애쓴다. 디자인이 비슷하다며 다른 업체에서 항의해 군말 없이 제품 판매를 중단한 적이 있지만, 반대로 다른 곳에서 따라 해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쁜 와중이지만 그는 신앙생활에도 열심이다. 주일 성수 외에도 수요일과 금요일 예배에 참석하며 90명이 넘는 중등부 교회학교 부장, 찬양팀 총괄팀장으로 섬기는 것도 모자라 구역장까지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열심히 일하지만 나의 주업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기업이나 제품명에 담긴 기독교적 가치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착한 기업을 일구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김포=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