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2승을 쓸어 담았다. 사상 첫 포스트시즌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일시정지 경기)이라는 변수도 정규시즌 1위의 막강 화력을 막진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1차전에서 나온 폭투로 흐름이 끊기면서 두 경기를 맥없이 내줬다.
KIA는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S 1차전과 2차전에서 거푸 승리해 시리즈 2승 고지를 밟았다. 0-1로 뒤지고 있던 6회초에서 재개된 1차전에선 5대 1 역전승을 거뒀다. 2차전 역시 기세를 이어 8대 3으로 이겼다.
구단 역사상 KS에서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KIA는 ‘불패 신화’를 다시 한번 쓸 채비를 마쳤다. KIA는 KS에서 삼성을 3차례(1986·1987·1993년) 만나 모두 이겼다. 이번에도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면 전인미답의 ‘V12’를 완성한다.
악천후로 꼬박 3일에 걸쳐 열린 1차전은 다소 싱겁게 끝났다. KIA의 우완 전상현과 삼성의 좌완 이승현이 6회초에 멈춰있던 경기의 문을 연 뒤 나란히 무실점 피칭을 펼치면서 경기는 투수전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경기는 의외의 상황에서 균열이 생겼다. 7회말 1사 2, 3루에 마운드에 오른 삼성의 네 번째 투수 임창민이 연속 폭투로 KIA의 역전을 허용했다. 기세를 탄 KIA는 소크라테스와 김도영이 적시타를 터트리며 순식간에 4점을 뽑아냈다. 8회말 2사 1루 김태군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탠 KIA는 5대 1 완승으로 1차전을 마무리했다.
2차전 들어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KIA 쪽으로 넘어왔다. 1회부터 5점을 내는 빅이닝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거를 타선이 없었다. 선두타자 박찬호의 볼넷 출루 이후 소크라테스가 우전 안타로 무사 1, 2루 판을 깔았다. 김도영의 1타점 2루 땅볼로 선취점을 낸 KIA는 이어진 타석에서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이우성까지 적시타를 터트리며 달려나갔다.
신구조화도 절정에 달했다. KIA의 ‘슈퍼스타’ 김도영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홈런을 신고했다.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승민의 시속 142㎞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베테랑 최형우는 KS 통산 최다 2루타 신기록(12개)을 세웠다.
선발투수 양현종은 5⅓이닝 8피안타 2실점 1자책 2볼넷 5삼진으로 제 몫을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승리로 36세 7개월 22일 나이에 한국시리즈 최고령 국내 선수 선발승 기록까지 얻은 양현종은 2차전 최우수선수(MVP)도 차지했다.
삼성은 4회 KIA가 수비 불안을 노출한 틈에 만회 득점을 올렸다. 이어 6회와 9회 한 점씩 더 따라붙었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차전 패배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폭투로 분위기를 빼앗긴 후 그걸 2차전에서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범호 KIA 감독 역시 “1차전을 이기면서 2차전을 쉬운 경기처럼 운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수에서 활약한 김도영에 대해선 “홈런보다도 1회 진루타를 올린 게 중요했다”며 “수비면에서도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줬다.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우리나라 최고 선수지 않을까 싶었다”고 치켜세웠다. 두 팀은 이틀 뒤 대구로 장소를 바꿔 결전을 이어간다.
광주=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