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때 홍준표 만난 尹… 용산 “싸울 전선은 내부 아닌 야당”

입력 2024-10-24 00:15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비공개로 만나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은 지역 현안 논의를 위한 만남이며, 사전에 일정이 조율됐었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회동 뒤 국민일보에 “TK 현안만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 격화 속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면담을 두고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홍 시장은 애초 사안의 성격상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배석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처음에는 홍 시장에게 별다른 배석자가 없을 것이라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 실장의 배석 사실은 홍 시장의 대통령실 방문 직전 통보됐다.

홍 시장은 “대통령께서 답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그간 여권 내부 충돌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많이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과 다투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고 밝힌 적도 있다. 홍 시장은 이날도 윤 대통령을 만나기 전 “하는 짓들이 참 조잡스럽다. 그래 가지고 막강 야당 대적이 되겠나”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홍 시장은 앞서 지난 7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시 후보였던 한 대표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등 대표적인 반한(반한동훈) 정치인이다.

대통령실도 ‘전선’이 여권 내부가 아닌 야당과의 사이에 그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도한 야당에 맞서서 당정이 하나 돼 싸워야 할 시기인데, 자꾸 당내 분란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지난 21일 회동 이후에도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이 대통령실 비판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한 반응이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회동 내용을 ‘각색’해 전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어떤 부분이 왜곡인지 말해주면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 측은 김건희 여사 관련 요구사항이 모두 거부됐다고 보지만, 대통령실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활동 자제를 약속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본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누구도 한 대표와의 갈등을 증폭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목표가 같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지난 21일 ‘홀대’를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야말로 왜곡된 해석”이라면서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늦은 것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안보 회의가 지연됐기 때문이며, 홍철호 정무수석이 한 대표에게 상황을 알렸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한 대표가 정 실장과 나란히 앉은 것도 예우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쉽지만 그 장소에 원형 테이블이 없었다”며 “다만 대화하는 데 테이블의 모양이 그리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