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지난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22% 포인트 차 압승을 안겨준 부산 금정을 다시 찾아 “민심을 받들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의 차담 회동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 관련 3대 요구안 수용을 관철시키지 못한 한 대표가 ‘민심’을 앞세워 연일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보궐선거 승리 감사 인사 차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금정이, 부산이 국민의힘에 기회를 주신 걸 안다. 저희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민심을 받들고 부산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표는 앞서 지난 22일 인천 강화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대표가 민심을 강조하는 것은 소득 없이 끝난 윤·한 회동 결과에 따른 반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의 회동 결과를 보면 더이상 용산에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하지 않냐”며 “이제는 민심으로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 대표는 부산 방문에 앞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주재한 확대당직자회의에서도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건 민주당과의 약속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 문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민심의 신뢰를 받으려면 쇄신을 해야 한다”며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을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는 금정구청장 선거에서의 압승에서 자신이 향후 걸어갈 길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한계는 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 관련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를 펼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어렵던 상황을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제 정면돌파’로 뒤집었다고 인식한다. 한 대표는 재보선 지원을 위해 선거 기간 6차례나 금정을 방문했고 김 여사 대외활동 자제, ‘한남동 라인’ 인적 쇄신, 의혹규명 협조 등을 제시하며 용산과 각을 세웠다. 이 점이 금정 민심에 통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친한계의 인식은 대통령실의 선거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실은 금정구청장 압승을 보수 분열에 대한 우려로 보수층이 역결집한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도 전날 금정을 찾아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언급했다.
이종선 기자, 부산=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