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앞세워 尹 공격… 李의 ‘차도지계’? 與분열 키우고, 김여사 리스크 부각

입력 2024-10-24 00:1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관계를 흔들고 있다. 한 대표가 제기한 ‘김건희 여사 해법’을 옹호하는 동시에 여권 내 반한(반한동훈) 기류를 비판해 우회적으로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식이다.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해 여권 균열의 틈을 넓히는 일종의 ‘차도지계’(남의 칼을 빌려 목표를 이루는 것)로도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 간 (지난 21일) 면담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쉽고 매우 안타깝다”며 “국민은 정치가 뒷골목 패싸움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 상대를 제거하거나 아예 존재를 무시하면 정치가 아니라 싸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 양상을 직접 겨눈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한민수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전날 친한계 만찬에서) ‘국민이 9대 1로 원하는 사안’이라고 말한 건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한 말”이라며 “회의에서 (한 대표가) 특검법을 수용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 대변인은 또 윤 대통령이 부산 방문 자리에서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김 여사 의혹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를 거부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위헌적 요소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 김건희 특검법을 양쪽 논의를 통해 수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 대변인은 ‘한 대표가 완화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면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가 친한계 의원들과 특검법을 발의하면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와 이 대표의 2차 대표회담 추진도 서둘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회담이 이뤄지면 김건희 특검법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이날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회담 의제와 시기, 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여야 당대표 간 연대 분위기가 대통령실을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선 한 대표가 이 대표의 회담 제의를 3시간 만에 공개 수락한 것에도 일종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 문제는 한 대표에게도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며 “한 대표가 정치적 존재 증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고, 그 존재 증명의 핵심엔 야당·이재명과의 관계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동환 송경모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