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구조조정

입력 2024-10-25 04:03

여럿 잘린다고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목례만 하기로 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지곤 했는데
배가 부르다고 중얼거려도
허기는 채울 수 없었으니까

속일 수 있는 건
내 마음이 전부였다

견딜 수 없는 일들은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사흘쯤 앓고 나면
열이 내렸다

선명한 진실을 담았다가
흰 꿈을 함부로 앓으면
자국이 남기도 했는데
보이지 않는 곳이니까

오전 출근을 준비하며
거울 속 옷깃을 정돈했다
집은 고요했고 나는
괜찮은 것 같았다

-임원묵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