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 압박에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기대감

입력 2024-10-24 00:27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참여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참여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전공의 대표가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이라며 어깃장을 놓고, 두 단체가 전제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휴학 승인’을 둘러싼 정부와의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협의체 순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단(사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SNS에 “교수님들의 결정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한번 숙고하길 바란다”며 “정치인에 편승할 게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우선 아닐까”라고 적었다. 전날 의학회와 KAMC가 “더 이상 논의를 멈추고 있을 수 없다”며 협의체 참여를 선언한 것을 비난한 것이다. 그는 협의체를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사태 파악과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다. 협의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전공의 외에 의료계 일각에선 협의체 참여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홍보위원장이 주도하는 미래의료포럼도 “협의체 참여는 학생과 전공의를 버리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정치권에 팔아넘기는 파렴치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료 단체들은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막판 고심 중이다.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대한병원협회와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등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전공의 반발을 고려해 참여 여부 결정을 유보키로 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하자’라는 공감대가 큰 건 사실”이라며 “참여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이어서 쉽게 결정하지 않고 논의를 이어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전공의도 고려해야겠지만 전체 의료계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며 협의체 참여 쪽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한의학회는 우리나라 최고 학회 중 하나이고, KAMC는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구성된 곳”이라며 “두 단체가 나머지 의사 단체를 완벽하게 대표하는 데 제한이 있겠지만, 의료계 얘기를 충분히 전달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내에 (의료 대란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두 단체는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의대생 휴학 허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도 “(의대생 휴학 승인은) 법령과 학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부와 같은 입장임을 강조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