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3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병을 앓던 중 서울대병원에서 눈을 감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동생인 이 전 대통령이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 전 대통령은 “천국 가서 우리 옛날에 어렵게 살다가신 부모님과 기쁘게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고인에게 남겼다.
193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이후 귀국해 경북 포항 동지상고(현 동지고)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했으나 부상으로 중퇴하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1961년 코오롱상사 공채 1기로 입사해 1984년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고인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고향인 경북 영일·울릉에서 당선하며 정계 입문했고, 이후 18대까지 경북 포항 남·울릉에서 내리 6선을 지냈다.
고인은 국회의원 시절 ‘미스터 위기관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여야 이견이 컸던 금융개혁법 통과에 앞장섰다. 2002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는 박근혜 당시 대표에게 ‘천막 당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기에는 ‘만사형(兄)통’, ‘상왕(上王)’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2009년 6월에는 비선 정치 논란이 커진 끝에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했다. 말년은 평탄치 않았다. 고인은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년 2개월의 형기를 치렀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첫 사례였다. 2019년에는 포스코그룹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3개월형이 확정됐다.
고인의 동생인 이 전 대통령은 오후 3시40분쯤 김윤옥 여사와 함께 빈소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고인에 대해 “혈육관계를 떠나서 열심히 국가를 위해 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겸손하게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조언을 해줬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고향인 포항 영일군 덕실마을에서는 고인의 공적비 제막식도 예정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별세로 제막식은 연기됐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발인은 26일 오전 6시30분이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