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만찬’ 때도 적극 호응… 친한계 주축 부상한 與비례

입력 2024-10-24 00:04 수정 2024-10-24 00:04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김장재료 수급 안정 방안 민·당·정 협의회’ 기념촬영 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통령실 차담 회동 이튿날인 지난 22일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친한(친한동훈)계 여당 의원들을 불러 ‘번개 만찬’을 주재했다.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현역 의원만 21명이 모였다.

참석자 면면에서 눈에 띄는 건 비례대표 의원들이었다. 식사자리에는 당 수석대변인으로 한 대표의 ‘입’ 역할을 하는 한지아 의원을 비롯해 김예지 김건 김소희 안상훈 유용원 진종오 최보윤 의원까지 비례대표 의원 8명이 참석했다. 현역 국민의힘 비례대표 18명 중 절반 가까이가 한 대표의 예정에 없던 소집에 응한 것이다. 특히 안 의원과 김건 의원은 현 정부에서 각각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차관급 고위직을 역임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해법을 두고 ‘윤·한 갈등’이 격화되고 한 대표가 당 안팎의 세력을 결집하는 상황에서 원내 친한계의 중심 전력으로 비례대표 의원들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앞서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한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친한계 의원 만찬에도 김건 김소희 김예지 유용원 진종오 한지아 의원 등 비례대표 6명이 참석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7월 전당대회 기간에도 대통령실,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대척점에 있던 한 대표 캠프에 보좌진을 보내 도왔다.

친한계 비례대표들은 입법에서도 한 대표가 추진하려는 방향의 법 개정에 적극 호응했다. 한지아 의원은 지난달 26일 현재 14세인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한 대표는 같은 달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안했었다. 한 대표는 또 여러 차례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런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은 김건 의원이 지난 8월 말 대표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23일 “한 대표의 원내 세력이 약한 이면에는 의원 대다수가 대통령과 사이가 껄끄러운 한 대표 편에 섰다가 지역구 예산이나 교부금 확보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몸을 사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에 비해 지역구 예산이나 민원 부담이 적기 때문에 한 대표 편에 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달 들어 열린 친한계 의원 만찬에 참석한 현역 중 지역구 의원은 각각 13명(22일 만찬), 14명(6일 만찬)으로 전체 지역구 의원 90명의 5분의 1도 안 된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을 주도했으니 비례대표들이 한 대표를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례대표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으려면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보다 한 대표 쪽에 줄을 서는 게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