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끝났지만… ‘지분 싸움’ 2라운드 돌입

입력 2024-10-24 01:51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2차 변곡점을 맞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모두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에 들어갔다. 향후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양측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23일 장 마감과 함께 마무리된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결과를 검토한 뒤 이르면 24일 공시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 결과는 공시 규정에 따라 일정에 맞춰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4일부터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맞서 주당 89만원에 발행주식 총수의 최대 17.5%를 자사주로 사들이는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의 최대 2.5%를 매수했다.

이로써 지난달 13일부터 진행된 고려아연과 MBK·영풍 측의 주식 공개매수 국면은 마무리됐지만, 양측 모두 과반의 의결권 지분율은 확보하지 못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17.5%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취득 후 이를 소각할 예정이다. 베인캐피탈이 2.5%의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이번 대결은 최 회장 측의 의결권 지분율 약 36%, MBK·영풍 연합 약 38%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4일 먼저 끝난 MBK·영풍 연합의 경우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38.47%로 높인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핵심 승부처는 고려아연 추가 장내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가 될 전망이다. 양측의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이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고려아연 유통 주식 물량은 18%가량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청약률이 낮을수록 유통물량 규모는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청약률이 높을수록 유통물량 규모도 쪼그라들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우호 세력(백기사) 포섭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기사 포섭이 승부처가 될 경우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은 연내 임시 주주총회나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힘을 실어줄 우호 지분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양측의 경영권 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근소한 차이의 지분율 경쟁에서는 고려아연 지분 약 7%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는 쪽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 동안 고려아연 주총에서 발의된 안건의 92.5%를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1차 경영권 분쟁을 끝낸 양측의 대결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1라운드에서 공개매수에 전력을 다했다면 2라운드에서는 장내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