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성찰하며 한국교회에 ‘부활 신앙’을 강조하는 책이 나왔다.
신간 ‘죽음보다 가까운 지금 여기에서의 부활’(이레서원)에는 성경에 언급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재림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저자는 기독 출판사 이레서원과 단열삼열, 대학교재 및 전문도서 출판사인 창지사 대표인 김기섭 목사다. 경기대를 거쳐 수도국제대학원대에서 목회학 석사(M.Div.) 학위를 받은 그는 필명 ‘김함’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 출판사와 함께 ‘D&G카페교회’ 등도 운영하는 그는 같은 필명으로 2017년 ‘기독교인문학으로 기독교 다시 읽기’(이레서원)도 펴냈다.
‘그리스도인다움을 위한 부활 신앙의 회복’이 부제인 책은 전작에 이어 ‘기독교인문학으로 다시 읽기’ 시리즈 2번째 도서로 출간됐다. 신약성경에 등장한 부활과 재림을 다루지만 책은 신학서가 아닌 에세이에 가깝다. 각종 신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밀한 논증 대신 개인적 묵상과 성찰에 더 무게를 둔다.
저자는 ‘복음서에 기록된 그리스도의 부활이 2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품는 이들에게 “부족하게나마 대답을 제시하려 시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주님의 재림을 논하는 ‘부활 신앙의 회복’이 그리스도인 개개인에게 굉장히 중요해서”다. 개인적 체험에 근거한 내용이나 신학계 반론이 예상되는 의견도 일부 있다. 이를 감안해 저자는 “이 책은 신학적 저술도 아니고 논문도 아니며 어떤 특별한 주제를 집대성한 역작이라 할 수도 없다. 다만 몇 가지 단편적인 생각을 연결하고 재구성해 기존 관념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어찌 보면 작은 발상의 전환에 지나지 않는 이 작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크게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한다.
저자 자신이 부활 신앙으로 삶의 변화를 경험한 주인공이다. 책에서 그는 “부활 신앙을 깨닫고 난 다음과 그 이전의 삶의 태도엔 적잖은 차이가 있다”고 고백한다. “힘든 상황에 처할 때마다 현재 삶을 허락한 하나님의 의지를 부정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엔 (부활한 예수를 믿으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율배반적 자세로 어정쩡하게 살아왔다”며 “이제는 생사를 하나님께 맡기고 오직 지금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예수의 길을 따라가려 한다”고 말한다.
“‘천국(천당) 신앙’이 부활 신앙으로 바뀌어야 변화가 생긴다”는 게 저자가 책에서 전하는 핵심 요지다. “성경은 일관되게 천국(천당)이 아닌 주님의 재림과 우리의 부활을 증언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 역사로 보면 주님의 재림과 부활이 2000여년 기나긴 세월 간 이뤄지지 않은 일이지만 그리스도인 한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생애를 마치면서 바로 이뤄질 일”로 본다. 즉 “주님의 재림과 부활은 마지막 심판 및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와 하나로 묶여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활하고 나서 완전한 세상을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면 주님의 재림은 완성이 아니라 요식 행위처럼 되는 것”이라며 “이를 동의하고 믿을 수 있다면 오늘날 우리 기독교는 초대교회와 같은 열정과 역동을 다시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부활을 소망하며 예수의 길을 따르는 이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저자는 성경에 기록된 초대교회 성도처럼 살 것을 제안한다. 이들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부활의 복음을 전했고(딤후 4:2)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빌 4:6~7) “항상 기뻐하며”(살전 5:16)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다”(롬 5:3)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순종하는 삶을 살았다. 구체적으로는 그리스도인이 ‘부활 신앙으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할 것’과 ‘예수의 이름으로 손해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것’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기도해 예수 사랑을 널리 전파할 것’과 ‘항상 주님을 모방하며 언제나 그분의 형상을 닮으려고 노력할 것’ 4가지를 실천하자고 권했다.
책에는 여러 신학자와 목회자의 추천사가 담겼다. 허주 아신대 신약학 교수는 “이 책은 ‘재림과 부활 신앙’의 렌즈로 자신과 하나님, 이웃과 세상의 여러 소재를 삶 속에서 관찰한 에세이”라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부활의 옷을 입은 채 그리스도 예수의 재림 이야기 속 인물로 형상화된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평했다. 최은택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기독교교육학 겸임교수는 “저자는 부활 신앙의 회복이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가능케 한다고 보며 공동체적 희생과 헌신의 방향으로 성화의 덕목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며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에게 책을 추천한다”고 했다. 조병수 합동신학대학원대 전 총장은 “부활 신앙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신앙 위기를 적절히 진단하고 그 필요성을 다각적으로 촉구한다”고 서평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