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3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전년 15.1%에서 -1.5%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1.5%는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1.1%)보다도 낮다. 매출액증가율은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지난해 기업 사정이 코로나19 때보다도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익성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전년도 4.5%에서 3.5%로 줄며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한국의 대표 업종인 반도체와 주요 대기업이 많은 석유정제, 화학 쪽에서 성장세가 크게 감소하면서 성장과 수익 지표가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실제 매출 면에서 제조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는데, 정보기술(IT) 기기와 서버 수요 둔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줄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매출액이 14.5% 하락했다. 국제 원유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 단가가 낮아진 코크스·석유정제 매출도 13.8% 꺾였다. 이는 매출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익성 지표가 워낙 안 좋게 나오면서 이자보상비율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은 191.1%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전년(348.6%)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 즉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취약 기업 비중은 42.3%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22년(42.3%) 수준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자보상비율이 500%를 넘어 수익성이 양호한 기업 비중은 30.5%로 전년(34.2%)보다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금융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는 기업의 성장성·수익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경기가 나아졌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2분기까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좋았다.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고 있긴 하지만 실적 자체가 워낙 좋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