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을 향하는 기도

입력 2024-10-25 03:06

기도를 다룬 책은 이미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용주의적이며 결과를 생산하는 방법에만 매달려 정작 기도 그 자체를 담은 책은 적습니다. 청교도의 주옥 같은 기도문이 실린 이 책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책은 종교개혁과 청교도 운동이 있던 격동의 시대에서 활동한 걸출한 청교도 목사 및 신학자 32명의 실제 기도문이 실렸습니다. ‘청교도의 황태자’라 불리는 존 오웬을 비롯해 청교도 조직신학자인 윌리엄 에임스와 ‘천로역정’ 저자 존 버니언, ‘참 목자상’의 저자 리처드 백스터와 ‘천상의 박사’로 알려진 리처드 십스, ‘그리스도인의 전신갑주’ 저자인 윌리엄 거널 등 진리의 말씀을 사랑한 이들이 하나님께 올린 기도문입니다.

책에는 하나님 중심의 열망을 드러내는 기도가 담겼습니다. 청교도는 하나님께 그저 형식적으로 예를 표하고 급히 원하는 바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창조주 하나님과 구속주 예수 그리스도, 위로자 보혜사 성령님께 모든 찬송과 영광을 돌렸습니다. 또 교회와 신자의 참된 생명력과 능력이 삼위일체 하나님께 있음을 굳게 믿었습니다.

책은 철저하게 성경적입니다. 청교도는 성경에서 기도를 배우고 그대로 기도했으며 성경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쳤습니다. 이들의 인생은 말씀으로 물든 하나의 긴 기도와 같았습니다.

책은 체험적 기도도 담고 있습니다. 청교도의 기도는 하나님과의 내밀한 영적 교제의 진수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하나님과의 교제 없이 중언부언하는 기도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책에는 ‘천상(天上)적’ 기도가 담겼습니다. 청교도의 기도는 우리를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고요하고 평안한 천국으로 이끕니다. 청교도는 주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간절히 바랐으며 그 나라에 들어가길 소망했습니다. 이들은 이 세상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세상을 사랑하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실로 이 세상의 번영과 성공을 하찮은 것으로 여긴 ‘천상의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화 같은 이 귀한 책을 읽는 동안 내 영혼은 여러 고난 중에도 하나님이 계신 천상에 머무는 듯했습니다. 이 책으로 기복주의와 번영주의에 물든 조국 교회의 강단과 성도가 개혁돼, 더 하나님 중심적이고 영적인 기도를 올리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신호섭 올곧은교회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