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 회사가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았던 관계로 독일회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고 나는 협상을 원했다. 그래서 내가 그때까지 개발했던 프로그램을 전 회사에 보여주자 그들은 그것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의 제안은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적 제안이었다. 프로그램의 원천인 소스코드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판매 금액도 아닌 판매 이익금의 30%만 내게 주겠다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안을 거절하자 그들은 나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나도 변호사를 고용해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임 변호사는 3년간의 무경쟁 고용 조건은 지나치지만 보편적인 조건은 대략 1~2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내 경우는 그 사건이 발생한 무렵 겨우 1년 반 밖에 경과되지 않았기에 내가 재판에서 불리하다는 내용이었다.
법원 출두 날짜가 1993년 8월 18일로 결정됐다. 이제는 하나님께 모두 맡기고 기도하는 길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소환일 이틀 전에 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옛 동료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 회사가 당면한 복합적인 문제로 완전히 문을 닫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고소 건도 자동적으로 해결됐다.
이 사건이 있기 얼마 전 일이다. 전 회사가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이전에 같이 근무하던 부사장과 직장동료 한 명이 새로운 내 회사에 합류하기 원했다. 마침 내게도 자금이 필요한 상태였기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그들로부터 1인당 1만 달러씩의 투자를 받고 나중에 회사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각각 25%의 회사 지분을 주기로 했었다. 그러다 전 회사가 나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밟기 시작하자 그들은 자기들이 소송에 연루되는 것이 두려워 나와의 계약을 해지하기 원했다. 그들은 회사 지분 할당은 없었던 일로 하고 돈은 꾸어준 것으로 하자고 했다. 나중에 빌렸던 돈은 그들의 요구대로 이자까지 포함해 모두 돌려주었다. 결론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전 회사와의 소송 건은 내 회사 지분 모두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셈이 되었다. 이후 이전 회사의 고객 중 일부가 나의 고객이 되었다. 그 회사가 완전히 문을 닫았기에 추후 고객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참으로 운도 좋았다.
회사가 이윤을 창출하면서부터 나는 세금 문제로 고민했다. 주위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내고는 돈 벌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 소득세 비율이 30% 이상이었기에 이익금 상당액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우리 회사는 C법인이라 회사 소득과 개인 소득을 하나로 합쳐서 세금 신고를 하는 S법인과는 달리, 개인 소득세는 물론 회사도 별도로 소득세를 내야 했다. 세무사는 수입을 전액 보고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