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수차례 일정 조정 끝에 1시간21분간 진행한 차담은 결과적으로 양측의 간극을 더 벌려놓은 모양새다. 당정은 김건희 여사 관련 요구들의 수용 여부부터 회동 성과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시각차를 보였다. 대통령실은 성과 있는 회동이라 자평했지만 한 대표 측에서는 대통령실과 민심의 간극만 발견했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시종 차분하고 원만하게 진행된 면담이 왜 부정적으로 알려지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이 ‘빈손 회담’ ‘대통령의 전면 거부’ 식으로 전해지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전날 별도 서면을 내지 않았던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들을 자세히 공개했다. 인적 쇄신 명단을 사유와 함께 요구한 점, 김 여사의 활동 자제를 약속한 점 등은 사실상 한 대표 요구를 수용한 것에 가깝다는 취지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말을 묵살하거나 회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토론하듯 진지하게 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며 장모 최은순씨가 감옥에 간 사실까지 언급한 점도 공개했다. 이는 “객관적 혐의가 있다면 수사기관이 조사할 것이지만 막연한 의혹 제기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내가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 있느냐”는 말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 대표 측은 윤 대통령이 사안마다 구체적 근거를 강조한 것을 건의에 대한 수용 불가 뜻으로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 사유가 필요하다며 “소상히 적어 달라”고 한 것, 한 대표가 언급한 인사 일부에 대해 ‘김 여사 라인’이 아닌 ‘대통령 라인’이라 강조한 점 등도 모두 여론과 거리가 있는 태도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명태균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무슨 쓸데없는 소리에 휘둘리느냐는 식이지만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대화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지만, 한 대표 측은 회동 분위기를 화기애애한 것으로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 대표가 24분간 윤 대통령을 기다린 점, 배석자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대표 옆에 앉은 점 등을 두고 “여당 대표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아니었다”는 뒷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 대표에게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 “말이 안 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공격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소집해 ‘번개 만찬’을 가졌다. 의원 23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회동 내용을 공유하며 성토하는 의원들을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의원은 만찬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어제 회동 때의 여러가지 상황과 향후 정국에 대한 엄중함을 같이 공유했다”고 말했다.
정현수 이경원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