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갈등의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22일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9월 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협의체를 제안하며 의료계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처럼 긍정 반응이 나온 건 처음이다. 대한의학회는 전공의 수련교육을 책임지고, KAMC는 의과대학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논의를 멈추고 있으면 의료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로 가버린다는 판단을 했다”며 “일단 (우리가) 먼저 들어가고, 다른 단체들이 추후에 합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협의체 참여를 위한 의제도 제안했다. 의대생이 제출한 휴학계가 협의체 발족에 앞서 허가돼야 하고, 2025년과 2026년 의대 입학정원 논의를 위한 추계 기구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 없다”고 썼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 3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다른 의료계 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의협은 현시점에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와 대통령실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대변인은 “내부에서 협의체 참여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논의가 잘 이뤄져 의료체계가 하루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야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오랫동안 국민께 불편을 드려 온 의료상황을 해결할 출발점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향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호응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8개월째 꽉 막혀 있는 의·정 갈등과 의료대란의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 내디뎌졌음을 환영한다”는 서면 논평을 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에 협의체가 출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를 중심으로 일단 협의체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우선 (협의체를) 출범하고 그 외에 대한의사협회 등 추가적 단체(참여)도 언제든 환영하고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구자창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