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를 한 달 앞두고 열린 서울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 대표 재판을 놓고 격렬하게 치고받았다. 여당은 “이 대표 선고를 생중계해야 한다”며 공세를 폈고, 야당은 “(생중계는) 인권침해”라고 반박했다. 주요 법원장들은 “법원을 믿고 기다려 달라”며 법관을 향한 과도한 공격 자제를 당부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을 중계한 전례가 있다”며 “이 대표도 ‘증거 조작’ 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 생중계에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달 선고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재판을 중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전직 대통령들 재판은 국정농단, 부정부패 사건”이라며 “이 대표는 검사 70명이 동원돼 3년째 탈탈 털었고 정치탄압 희생물로 인식되는데 재판 장면 노출은 인권침해”라고 반박했다. 두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의 김정중 법원장은 이에 대해 “재판부가 피고인 의사를 고려하고 공익과 사익을 비교 형량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 선고일 법원 보안과 관련한 질문에 “기존 소법정은 진입 통로가 여러 곳이어서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해 선고 때는 다른 법정으로 옮길지 고려 중”이라며 “외부 경찰병력에도 질서 유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은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가열되는 장외 공방에 우려를 표하며 판결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대북송금 사건 재판장의 탄핵 동의 서명을 받는 행위’ 등에 대한 입장을 묻자 “법원을 믿지 못하고 자꾸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누가 법관을 할 생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그런 행태를 삼가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법원장은 이 대표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담당 재판부가 권력이나 여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법원 역할을 믿고 존중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에 배당된 점을 언급하며 “재판부가 자기 판결을 뒤집어야 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은 “공범을 재판했다고 특정 재판부를 제외하면 오히려 배당 공정성에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재판부가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김건희 여사 사건을 두고도 대립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김 여사가 통정매매인지 몰랐다고 해서 무혐의라는데, 도이치모터스 2심 판결은 사전 협의하고 매매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장이 이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수사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김 법원장은 “관련 자료를 접하지 못해 섣부른 말씀을 드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