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른 尹 이재명 만나는 韓… ‘빈손 회담’ 양측 엇갈린 행보, 왜?

입력 2024-10-23 00:21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담 회동을 마치고 귀가한 뒤 추경호 원내대표를 대통령실로 불러 만찬을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몇 시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차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을 전후해 여러 의미를 낳을 수 있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통령실 만찬과 관련해 “여러 분들이 (만찬을) 하는 자리에 제가 잠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 대표와 81분간의 회동을 마친 뒤 대통령실 참모진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는데, 추 원내대표는 여의도에서 국정감사 중인 여당 의원들에 대한 격려 만찬 도중 연락을 받고 용산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원내대표는 “통상 있는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야권이 다음 달 국정감사 종료 이후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인 추 원내대표를 불러 집안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한 대표는 이 대표와의 2차 여야 대표 회담 추진에 착수했다. 특검법을 추진하는 야당 대표와 회담을 갖겠다는 자체가 대통령실에 대한 우회적 압박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도 현재 민주당이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에는 ‘불가’ 원칙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의 특검법에는 공천개입 의혹 수사를 미명으로 사실상 우리 당 전반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한 여론과는 별개로 특검법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CBS라디오에서 친한계가 김 여사 특검법을 합의 통과시킬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가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 요구를 거절한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한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변화와 쇄신, 특검을 바라는 민심을 걷어찬 대통령은 추락할 길만 남았다. 한 대표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야 대표 회담 실무 준비에도 착수했다. 지난 9월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양당의 공통공약 협의체 발족 논의도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김 여사와 관련해 태도를 안 바꾸는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만나면 함께 용산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박장군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