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씨가 21일 국정감사장에서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로부터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 왔다”고 증언했지만, 강씨가 공개한 녹취 내용만으로는 그의 주장을 사실로 단정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개된 여러 녹취에 등장하는 명씨의 발언들에 논리적 모순이 있는 데다, 김 여사가 공천 과정에서 실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도 자신의 위세를 부풀려온 명씨의 발언을 근거로 제기한 의혹이라는 점에서 강씨 증언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씨 측이 공개한 다수의 녹취를 들어보면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작업’한 상대가 시기에 따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김 여사로 다르게 언급된다. 2022년 4월 2일자 녹취에서 명씨는 강씨에게 “이준석이 ‘공표조사나 비공표라도 김지수(당시 민주당 후보) 이기는 걸 가져와라. 그러면 전략공천 줄게’ 이러네”라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어제 준석이한테 사정사정해서 XX 전략공천 받았다”고 언급했다. 명씨는 그러나 한 달 뒤인 2022년 5월 9일 “사모(김 여사)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 윤상현(당시 공관위원장)이 끝났어”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선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이 의원의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웠던 터라 공천 문제를 두고 논의를 할 사이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도 통화에서 “(2022년 4월 녹취 때는) 공천관리위원회가 꾸려지기도 전이었다. 누구든 공천을 받고 싶다면 경쟁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설명을 한 것”이라며 “당시 언급한 경쟁 상대는 당내 후보들이었는데, 명씨가 민주당 후보라고 오해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제게 공천 관련해 이야기한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강씨가 제출한 녹취에는 김 여사 육성이 없으며, 김 여사의 구체적인 ‘액션’도 등장하지 않는다. 제3자인 강씨로서는 명씨와 김 여사 간에 있었던 일은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 여당 의원은 “강씨는 명씨로부터 들은 전언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할 뿐 직접 김 여사와 연락한 적은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증언에 알맹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강씨가 자신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선 명씨를 못 믿을 사람이라고 했다가 김 여사 관련 발언에 대해선 명씨를 신뢰한다고 하니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명씨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감에서) 공개된 녹음이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 목소리는 아니지 않느냐. 이런 식이면 로켓도 만들고 천지창조도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씨 측이 ‘명씨와 거래한 인사’라는 취지로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의 성격도 불분명한 상태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이 단순 여론조사 의뢰자인지, 의뢰자의 경쟁 후보인지, 혹은 위법적인 ‘맞춤형 조사’를 거래했는지조차 모호한 상태에서 ‘연루자’라는 의혹만 제기된 셈이다.
강씨 법률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MBC라디오에서 “한 번이라도 여론조사를 했던 사람들의 명단이라고 (강씨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