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버스 준공영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사모펀드 운용사에 칼을 빼든 이유는 ‘혈세’로 이들이 이윤 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업 특성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그간 사모펀드는 버스회사 인수 뒤 배당과 알짜 자산 매각을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자비스와 엠씨파트너스는 2021년 수원여객을 인수한 뒤 같은해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차고지를 매각해 현금 367억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240억원을 버스회사 인수 과정에서 빌린 대출금 상환에 썼다. 차고지 매각으로 부족해진 버스 주차 공간은 수원시가 소유한 공영차고지를 저렴하게 임차해 메웠다. 심지어 수원여객은 이듬해 고작 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4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사모펀드 보유 버스회사의 점유율이 34%에 달하는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 버스회사들은 사모펀드 진입 전보다 진입 후 배당 성향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A교통은 153%포인트, B교통은 240%포인트, C교통은 129%포인트 높아졌다.
그간 서울에서도 이와 같은 행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 등은 서울 시내 64개 버스회사 중 6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배당 성향은 타 회사보다 월등히 높은 최대 204%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파트너스·그리니치PE·칼리스타캐피탈이 2022년 7월 인수한 서울 시내버스 1위 업체 선진운수는 차고지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차파트너스 등은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뒤 최근 보유 버스회사들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사모펀드 회사가 통매각으로 엑시트(exit)를 준비 중이라 저희는 좀 더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버스 준공영제 혁신 방안에는 버스 노선 전면 개편도 포함돼 있다. 시는 20년 동안 변화한 교통 수요를 노선에 반영하고, 교통 소외 지역에 대한 배려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시민들에게 걸어서 5분 내로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세력권(대세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개편 시기는 2026년 1월이 목표”라고 말했다.
버스 회사 재정 지원 구조도 개선해 연간 최대 180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운송수지 적자를 정산 후에 전액 보전하던 사후정산제를 다음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예측해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전환한다.
문동성 김용헌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