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파기 옛말”… 주류사는 화장품·음료사는 배달앱에

입력 2024-10-23 02:21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영이앤티 본사에서 서영이앤티와 SKS PE간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서영이앤티 대표이사 허재균(오른쪽), SKS PE 대표이사 유시화. 서영이앤티 제공

술 제조하는 회사가 화장품 업체 인수하고, 과자 만들던 회사가 제약으로 손 뻗치고….

식음료·주류업계에 사업 다각화 열풍이 불고 있다. 한 우물 파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저성장 흐름 속에 낮은 마진율에 허덕이던 식음료 시장이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그룹은 최근 뷰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사모펀드(PEF)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한 국내 화장품 개발 생산(ODM) 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서영이앤티는 가공식품 도·소매업과 맥주 냉각기를 제조하는 종합 식품 기업이다. 서영이앤티 관계자는 “종합식품을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약을 위해 ‘K뷰티’ 강점을 가진 비앤비코리아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상그룹의 자회사인 대상웰라이프도 최근 530억 원을 들여 건강기능식품 기업 에프앤디넷의 지분 90%를 인수했다. 에프앤디넷은 국내 분만병원 채널에서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이번 인수를 통해 대상웰라이프는 산모 및 영유아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발효유 제품 생산이 주력인 hy(옛 한국야쿠르트)는 배달앱 시장을 노린다. hy는 지난 6월 배달앱 ‘노크’를 출시해 강서구에서 시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 최저 수준인 5.8%의 중개수수료와 첫 주문 5000원 할인 쿠폰, 배달비 무료 정책 등 공격적인 혜택도 내걸고 있다. 장차 hy의 기업간 거래(B2B) 물류 서비스인 ‘프레딧 배송’과 연계해 퀵커머스 시장 확대를 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식음료업계에서 이처럼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내수 시장의 포화로 더 이상 식품만으로는 수익을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한 가지 사업만 유지해서는 생존이 어려울 거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며 “신사업을 확대하거나 해외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식품 기업이 ‘N잡’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20년 3대 신사업으로 ‘음료’, ‘간편대용식’, ‘바이오’를 선정하고 사업을 확대 중이다. 올해 1월에는 바이오업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54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오뚜기 역시 메디푸드 스타트업 잇마플에 투자를 진행하고 잇마플의 B2B 신사업에 대한 협업에 나선다고 지난달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다양한 신사업으로의 확장만큼이나 본업 내에서 경계를 허무는 ‘빅블러(Big Blur)’ 현상도 감지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bhc그룹은 최근 사명을 ‘다이닝브랜즈그룹’으로 변경하고 종합외식기업 이미지를 내세웠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앤씨 역시 최근 ‘소토마레’ 상표를 출원했다. 취급 상품으로는 간이음식점업, 레스토랑업, 식당체인업 등이 포함됐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