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북·러 군사협력 진전 양상에 따른 ‘단계적 조치’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우크라이나로 어떤 무기체계 지원이 고려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더해 상황에 따라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2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북·러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체계 지원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방안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포탄 같은 것을 먼저 지원하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본격적으로 화력 장비 같은 걸 지원하게 되는 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의 지원도 거론된다.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은 주로 전투기를 요격하는 ‘천궁-Ⅰ’과 탄도미사일도 요격이 가능한 ‘천궁-Ⅱ’가 있다. 천궁은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방공 자산으로, 전 세계에서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손에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용 무기로는 155㎜ 포탄이 유력한 지원 대상으로 꼽힌다. 155㎜ 포탄을 사용하는 국산 K9 자주포가 제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기 지원과 별도로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 전력 탐색을 위한 현지 모니터링단 파견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전장에 대규모로 아직 투입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미리 확정할 수 없다”며 “파병 전조 단계 상태라 외교적 조치, 경제적 조치, 군사적 조치를 대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조치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표단을 파견하거나 통역단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언급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언급했던 정보 공유를 위한 대표단은 수일 내 파견될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직접 전황에 개입할 수도 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정부가 어떤 지원이든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미국·나토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상황이 아주 나빠지면 나토 일부 국가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보낸다든지, 미국도 기존에 허용하지 않았던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이경원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