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일부 유족이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을 기록한 책을 발간했다. 유족들은 “100명의 시민들이 분향소에 찾아와 공감을 해도 지나가는 한 명이 자녀를 비난하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출판사 창비는 22일 서울 중구 ‘별들의 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에 펴낸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는 책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다. 책에는 참사 유가족 25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지난해 발간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에 이은 두 번째 구술집이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주기 때 발간한 구술집에선 희생자들의 형제자매들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부모들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며 “국민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도록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술자로 참여한 고 이재현군의 어머니 송해진씨는 “유가족이 된다는 건 새로운 세상에 던져져 고립되는 기분”이라며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어떤 말보다 더 큰 유대감을 느꼈다. 피해자라고 말하지 못하고 사는, 홀로 지내는 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태원 참사 당시 생존했지만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에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여전히 이태원 참사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누군가 2차 가해성 발언을 해도 희생자를 특정하지 않아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명백한 법의 공백”이라고 주장했다.
고 김산하씨의 어머니 신지현씨는 “놀다가 죽은 아이들을 왜 국가가 책임지냐고 한 일부 청년들에게 ‘구조 요청을 했는데 아무도 안 와도 되는 건가’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신씨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딸이 ‘엄마 억울해’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제가 너무나 억울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번 구술집에는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래치드씨의 어머니 등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이야기도 실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