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손’ 회동도 모자라 ‘尹·韓 갈등’ 격화 조짐이라니

입력 2024-10-23 01:3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성과 없이 끝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 이후 여권 내 균열이 커질 조짐이다. ‘빈손’ 회동을 놓고 남 탓 하기 바쁘고 의전을 둘러싼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회동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걱정만 늘게 했으니 딱한 노릇이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은 회동 결과와 의전을 놓고 이튿날인 22일 종일 티격태격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관련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 “대상과 문제점을 알려주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대표 측은 회동에서 이미 10명 가까운 실명과 이유까지 말했는데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여사 대외활동 문제도 대통령은 “이미 줄였고 더 줄일 테니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한 대표 측은 활동을 공식적으로 중단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동 성과에 대해서도 한 대표 측은 요구가 하나도 안 받아들여졌다고 한 반면, 대통령실은 “격의 없이 대화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자평했다.

한 대표 측은 또 대통령 외교 일정이 늦어져 한 대표를 회담장 밖에 25분간 서 있게 한 것이나 한 대표를 배석자와 똑같이 취급해 자리 배치를 하고 마치 훈시하는 듯한 사진을 배포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외부 인사 면담 시 배석은 관례이고, 원만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회동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만난 것도 한 대표 홀대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런 여파 탓인지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된 일정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같은 회동을 놓고 설명이 다른 것 자체가 양측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짐작케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이 계속 부딪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이는 국민들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양측이 서둘러 인식의 괴리를 좁혀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은 바닥 민심에 밝은 당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한 대표도 존중해야 한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회동 전 ‘3대 요구’를 미리 발표해 일이 더 꼬였다. 이런 게 대권을 염두에 둔 의도적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된 게 아니길 바란다.

윤 대통령이 다음 달이면 벌써 임기 반을 채우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여권이 내부 충돌로 허송세월할 때가 아니다. 더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주요 국정 과제들을 빨리 제 궤도에 올리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 바닥을 맴도는 지지율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