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배우·감독·작가·1인출판사까지… 박정민 “재미로 시작해 책임감으로”

입력 2024-10-23 02:31
배우 박정민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작의 즐거움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연기가 주어진 이야기 안에서 하는 일이라면, 출판은 이야기를 포장하며 또 다른 창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샘컴퍼니 제공

“보통은 새벽에 깨어있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해보다가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 마음을 먹는다. 거창한 ‘도전’이라 여기기보단 재밌는 걸 찾아서 시도하는 것 같다. 출판사 일도 마찬가지다.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날 믿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책임감이 생긴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배우이면서 감독, 작가이자 1인 출판사 사장으로 사는 삶에 대해 이렇게 풀어놓았다. 그는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30대 배우 중 하나다.

박정민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서 조선 최고 무신 가문 아들 종려를 연기했다. 박정민은 그간 작품 속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했다. ‘변산’(2018)에선 랩, ‘일장춘몽’(2022)에선 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쇼’에서는 ‘코코더’(코로 부는 리코더) 실력을 뽐냈다. 이번에는 자신과 다른 계급의 오랜 벗 천영(강동원)과 겪는 우정과 갈등, 혼란 등의 감정을 검술로 풀어냈다.

그는 “종려가 가진 감정의 진폭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감정을 분출하는 인물을 연기한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평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며 “나 자신도 그런 연기를 하면서 신이 났다. 끌어내야 하는 감정이 많다 보니 다른 작품에선 첫 번째나 두 번째 테이크가 만족스러웠는데 이번엔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영화에 맞는 연기가 나왔다”고 돌이켰다.

박정민은 ‘전, 란’의 시나리오를 쓴 박찬욱 감독과 계속해서 작품을 통해 만나고 있다. 그는 “‘헤어질 결심’ 촬영장에서 처음 감독님을 뵀고 ‘일장춘몽’에 캐스팅됐다. 그리고 ‘일장춘몽’이 끝나자마자 ‘전, 란’에 합류하게 됐다. 왜 나를 계속 선택하셨던 건지 기회가 되면 물어보고 싶다”며 웃었다.

‘전, 란’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영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대해선 소신 있게 답변했다. 그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여드리고 관객과 소통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지만 OTT 영화에 편견이 있진 않다. 팬데믹 이후 삶에 OTT 플랫폼이 스며든 상황에서 OTT 작품과 극장 영화 간 우열을 따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영화제 때 ‘전, 란’을 보고 ‘작은 모니터로 보기 아쉽다.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영화제의 격에 맞지 않는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쓰고 에세이집을 내고 문학동네 뉴스레터를 연재하기도 한 그는 ‘확신의 글쟁이’다. 박정민은 “책이 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고가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며 “출판사는 설립 이래 적자를 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창작의 희열을 느낀다. 박정민은 “좋은 원고를 잘 포장하고, 인재들을 찾고,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다”며 “연기가 주어진 이야기 안에서 뭔가를 해내는 일이라면 이건 이야기를 포장하며 또 다른 창작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출판사를 운영하며 느낀 소회를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