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미생물 활용한 음료·식품 봇물… ‘K장류’의 다양한 도전

입력 2024-10-24 00:45
전북 순창전통고추장 민속마을에서 고추장 제조기능인과 며느리가 고추장을 맛보고 있다. 미생물산업에서 장류산업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바이오와 장류 명인들이 전통장류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제공

그린바이오와 장류 명인들이 전통장류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의 강순옥 고추장 명인과 전남 담양군의 기순도 청국장 명인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장류 미생물 기반 그린바이오 실증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명인의 전승기술 핵심인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추정을 바탕으로 농림부가 지원해 실시됐다.

기 명인은 앞서 “옛부터 전승한 기술과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독특한 맛을 가진 청국장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제는 자연발효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인 종균을 활용할 경우 미생물 군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유익 미생물이 증가하며 바이오제닉아민과 같은 유해물질 생성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조사를 진행한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정도연 원장은 “그린바이오 핵심기술인 발효 조건을 조절하고 미생물 종균의 혼합비율 설정을 통해 전통적인 맛과 품질이 안정적인 장류 제조가 가능하게 되어 명인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린바이오 산업화 우수사례
전통장류에서 분리한 우수한 미생물 제품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제공

토종미생물을 활용한 식품군은 장류 외에도 발효음료, 건강기능식품 등 매우 다양하다. 기존의 미생물을 활용한 제품들은 일본, 유럽, 미국 등 수입산 종균을 사용하였으나 수입산 미생물을 토종 미생물로 대체하고자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로열티 문제와 품질관리 개선, 제품의 기능성 부여를 통한 마케팅 확대 등의 이유가 크다.

대표적으로 S사의 경우 일본의 종균과 자사 미생물을 활용하였으나 기능성 고초균 2종을 기술이전 받았다.

이 회사는 연간 300t의 지역농산물과 토종 미생물을 활용해 장 담그기 DIY(직접 제조) 키트와 장류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 W사는 일본의 낫또 제품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생청국장 시장 확대를 위한 기술지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프로바이오틱스 활성이 높고, 이를 활용한 청국장에서 항아토피와 장기능 개선 효능을 확인한 고초균 1종을 기술이전 받았다.

2018년도 브랜드 론칭과 창업을 통해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청국장이 가진 식물성 원료 사용, 식품첨가물 무첨가, 글루텐프리 등의 특성을 살려 비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K사는 발효음료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콤부차의 수입산 발효용 스코비(복합 종균제)를 대체하기 위하여 기술지원을 요청한 사례다.

이를 통해 수입산을 대체할 효모, 초산균, 유산균 3종을 선발했다. 이를 활용한 제품의 안전성과 기능성 분석을 통해 토종 미생물 콤부차 산업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 중에 있다.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기업의 수익 창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S사는 기존에 막걸리 제조에 사용하는 미생물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한국형 토착 효모로 100%로 대체했다. 매년 5t 이상의 액상효모를 순창 발효미생물산업화센터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1억원 이상의 종균 구입액이 일본으로 가지 않고 국내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해 2억원 규모의 수출 성과도 냈다.

장류문화 유네스코 등재 눈앞

김치에 이어 장류문화도 올해 말 유네스코에 등재될 예정이다. 이러한 호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과학적 근거자료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일본, 중국과 유럽 등은 이미 자국의 발효식품에 대한 탄탄한 R&D 지원 정책과 시스템을 활용하여 발효식품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정부 주도하에 기능성을 규명하고 자국의 발효식품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부터 ‘장류 기능성 규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국 장류의 유해물질과 미생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세포, 동물, 인체 효능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치매와 장기능 개선, 항암, 함염증, 항고지혈, 항비만 등 장류의 기능적 우수성을 국제 학술계에 보고하여 장류의 세계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장류에 대한 체계적인 미생물 품질관리에 대한 시스템 기반은 미흡하다. 한국 토종 미생물의 발굴과 이를 활용한 실증연구의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자료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림부 그린바이오산업화팀 관계자는 “토종 발효 미생물 소재 발굴은 현재 수입 종균시장을 한국형 종균시장으로 대체함으로서 기술료 지급으로 소모되는 국고 손실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발효식품 제조 공정별 지역별 미생물 실증과 위생관리에 대한 시대상을 반영, 관련 영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관리 및 제어 가이드라인 제시해 줌으로써 장류 산업의 국내외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문화(K컬처)의 세계적 유행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문화의 핵심인 한국장류의 다양한 기능성들이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향후 전 세계적 건강지킴이 역할을 할 대표적 슬로우푸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순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