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색의 신’ ‘국보급 보컬’ ‘4대 천왕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
가수 나얼(사진·본명 유나얼)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25년차 음악인이기 전 미술인이었음을 아는 이들, 그중에서도 갤러리를 찾아 그의 작품 세계를 마주한 이들이라면 또 하나의 수식어를 마음에 그리게 된다. 바로 ‘전도자’다.
최근 서울 삼청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만난 나얼은 도슨트(전시물을 해설하고 이해도를 높이는 전문가)로서 작품 앞에 섰다. 그의 작품은 아날로그, 버려지는 것, 흑인, 셀러브리티(유명인) 등의 소재를 활용한 콜라주(collage)다. 수명을 다한 35㎜ 필름통, 쓰고 남은 포장지, 연필로 그린 유명 연예인 그림 등이 조화와 흐트러짐 사이에서 오묘한 질서를 만들어 낸다. 작품을 관통하는 건 복음과 소울(영혼)이다.
“작품 ‘프래질’(fragile, 손상되기 쉬운) 시리즈에 오브제로 사용되는 것들 대부분이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대상이에요. 하나님의 창조물인 인간도 언제든 망가질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죠. 저는 최고의 예술가인 하나님을 닮아가고자 음악, 미술을 통해 인간다움을 표현하는 창작을 끊임없이 해나갈 뿐이에요.”
전시관 2층에 놓인 설치미술 작품들은 복음을 더 직관적으로 담았다. 투명 수조 안에 놓인 주황색 문자 ‘SIN’(죄)을 빨간색 문자 ‘SON’(아들)이 가리고 있는 작품 ‘룩 앳 마이 선(Look at my son)’은 이사야 1장 18절을 오롯이 보여준다. 작품에 담긴 복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그의 이름 나얼에 담긴 ‘내 정신’이 곧 ‘내 신앙’과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다.
팬들에게 나얼은 귀에는 가깝지만 눈에선 먼 존재다.
그의 음악을 언제든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을 순 있지만 연예인에게 흔한 방송 출연이나 행사, 공연에서 만나기 어려워서다. 그런 나얼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들여 갤러리를 찾는 이들을 만나는 이유는 하나다.
“전시회를 열어온 지 25년이 훌쩍 넘었지만 갤러리에서 복음을 전한 건 2020년쯤부터예요. 놀랍게도 그동안 전시회를 찾아왔다가 난생처음 교회에 다니게 됐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팬카페에 신앙 고백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놀라운 경험이자 이런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죠.”
매일 인스타그램에 묵상할 성경 구절을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3년 전부턴 직접 파워포인트로 신앙과 관련한 자료를 만들어 청년과 예술계 지인을 대상으로 복음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나얼은 “예수님이 언제 오셔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세상을 살고 있다”면서 “소명의식을 갖고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처럼 어떻게든 복음으로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쓰임받아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전했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회에선 나얼의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