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이견’ 확인한 81분 회동… 당정관계 악화일로

입력 2024-10-22 00:11 수정 2024-10-22 00:11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 잔디마당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기 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 요구로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21일 회동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요구’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권에서는 그간 회동을 두고 벌어진 ‘독대 요청 논란’과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양측 대립 상황에서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야당이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재발의하며 11월 총공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당정 균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은 이날 회동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불화를 드러냈다. 당 일각에선 면담 내용을 한 대표가 직접 설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헤어진 뒤 국회로 돌아오지 않았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한 대표가 전한 요구 사항만 설명했고, 윤 대통령 수용 여부나 반응에 대해 “용산에 물어보라”며 함구했다. 대통령실은 아예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는 할 얘기를 다 했지만, 대통령 측에서 반응이 없었다. 이럴 거라면 도대체 왜 보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 대표 측과 대통령실은 지난달 21일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지면서 회동 형식과 시점 등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였다. 한 대표가 최근 김 여사의 공개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협조 등 대통령실이 민감해하는 요구를 공개 촉구한 것에 대한 친윤(친윤석열)계의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미 ‘빈손 회동’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다들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차 회동 요구에 화답한 것도 대통령실을 불편하게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향해 “면담 잘하시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 명의 공지를 통해 “구체적 일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지만, 민생정치를 위해 회담에 흔쾌히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친윤계 인사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까지 발부된 터에 한 대표가 이 대표와 다시 회동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며 “대통령실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냐”고 말했다.

예견된 빈손 회동은 위태로운 당정 관계를 더욱 벼랑으로 몰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당분간 당정 간 원활한 소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권 투톱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야권의 김 여사 특검법 방어를 위한 단일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미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발생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특검법 방어를 고려하면 대통령실이 마냥 버티기로 일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 한 의원은 “대통령도 닥친 현안들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임기가 많이 남았고,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선 구자창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