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 여사’ 해법 건의… 尹은 거부

입력 2024-10-22 00:10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때 독대를 요청했지만, 이날 면담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을 대면해 김건희 여사 관련 ‘한남동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및 각종 의혹 해소 노력 등 3대 방안을 제시했다. 또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할 특별감찰관 임명도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요구 사안들에 대해 사실상 수용 거부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고언을 경청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이미 활동을 자제 중이며 ‘제2부속실’이 설치 중인 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한남동 라인’ 존재나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정부의 개혁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김 여사 문제 해결 방안들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민심이 점점 나빠진다며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말했다고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한 대표는 회동 직후 주변에 “할 말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에 ‘여사 라인’이 있다는 의혹, 명태균씨가 주장하는 공천개입 의혹 등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에 대해서는 “이미 자제하고 있고, 활동을 맡아 관리할 제2부속실이 설치 중”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특별감찰관 임명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와 결부돼 있고, 야당 추천이 전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은 오후 4시54분부터 6시15분까지 용산 대통령실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차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면담 시작 전 10여 분간 인근 잔디마당을 함께 산책했다.

대통령실은 회동 이후 별도 서면을 내거나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 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주제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고, 두 분의 표정과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 비서실장이 한 대표로부터 구두로 내용을 전달받아 7분간 브리핑을 했다. 박 실장은 한 대표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말에 “용산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