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 참사 30주기… 외딴 곳 갇혀 잊힌 위령비

입력 2024-10-22 01:25
무학여고 학생들이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사고희생자위령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30주기를 맞아 진행된 이날 위령제에는 유가족 등 40여명이 모였다. 권현구 기자

성수대교 붕괴 사고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21일 오전 11시쯤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사고희생자위령비 앞에서 열렸다. 사고 3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유가족 등 40여명이 모였다.

형 중식씨를 잃은 김학윤씨는 추도사에서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기본에 충실했다면 꿈 많은 학생과 부모, 다른 유족의 가슴에 못 박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형제자매와 부모를 가슴에 묻으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참사로 숨진 32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눈물을 삼켰다.

3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40분쯤 성수대교 상판 48m 구간이 무너졌다. 출근길 차량이 추락하면서 등교 중이던 무학여중·고 학생 9명을 포함해 32명이 숨졌고 17명이 다쳤다. 이날 현장에는 무학여고 학생회 임원단도 함께했다. 무학여고 학생회장 김민윤(17)양은 추모시를 낭독하면서 사고로 세상을 뜬 9명의 선배 이름을 불렀다.

그동안 위령비를 찾는 일반 추모객은 찾아보기 드물었다. 지난 20일 인근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는 60대 김모씨는 “일한 지 7일째인데 일주일 동안 추모객은 20명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고속도로 한복판에 위령비가 있기 때문에 추모객들이 이곳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위령비까지 도보로 가는 방법은 성동구 미래한강본부 정문에서 강변북로 갓길을 따라 약 300m를 걷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길은 별도의 보행로가 없어서 위험하다. 근처에서 순찰하던 경찰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통행을 막았다. 결국 위령비를 찾으려면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위령비 인근 주차장이 평소에는 막혀 있다. 무단주차를 하는 차량이 늘어나 어쩔 수 없이 막아 놨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유족회장 김양수씨는 “위령비는 유족들이 올 때가 아니면 아무도 관심이 없는 곳이 됐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위령비 접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성동구는 지난 8월 서울시에 공문을 보냈다. 위령비를 서울숲으로 옮기거나, 서울숲과 위령비를 잇는 육교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난색을 표했고 결국 현재 위치를 유지하되 주차장과 화장실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만 추진키로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위령비는 유가족의 아픔을 새기는 것은 물론 재난의 되풀이를 막자는 교훈을 가진다”며 “사회적 교훈을 위해서라도 대중의 접근이 쉬운 장소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