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안(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 3월 시행된 이후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해외 게임사들은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아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역설적으로 국내 게임사들만 옥죄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따르면 개정 게임산업법이 시행된 지난 3월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집계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 위반조치 현황 통계’에서 시정 요청 대상이 된 게임물은 총 544건이다. 적발된 게임사는 국내 188건, 해외 356건으로 외국 게임사가 전체의 65.4%를 차지했다. 게임사 국적별로는 중국이 205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게임사들이 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는 것을 고려하면 적발 건수의 79.2%가 중국계 게임사의 위반 사례였다.
위반 내용을 보면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게임 광고에 확률 정보를 누락한 경우가 각각 20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확률 정보 표시 방식을 지키지 않거나 변동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경우, 실제 확률이 표시한 수치와 다른 경우 등이 위반 사례에 포함됐다.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법 위반 사례를 발견하면 게임사에 시정 요청을 보낸다. 게임사가 요청에 불응하면 문체부가 시정권고를 내리고, 이에 불응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린다. 게임사가 시정명령에도 불응하면 형사고발 대상이 된다.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후 시정권고 단계까지 간 게임물은 총 15건이지만 아직 시정명령 및 형사고발 사례는 없다.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실을 두지 않는 해외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국내법으로 제재할 수 없어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토록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은 개정안 공포 시점으로부터 1년 뒤다. 이 제도는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해 법을 위반한 해외 게임사들을 제재하도록 하는 장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정되는 제도 실효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공정위가 국내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과징금과 시정조치 등 강한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는데 해외 게임사들은 이런 제재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라며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 수천개의 게임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임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