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한 미국 기업 레드햇은 OS 위에 탑재되는 가상화 소프트웨어(SW) 시장도 손에 쥐었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 토종 SW 업체에 밀려 고전하는 중이었다. 이에 OS 시장 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레드햇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의혹 행위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는 다시 퍼블릭과 프라이빗으로 나뉘는데, 문제는 한 조직만을 위해 운영되는 전용 클라우드인 프라이빗 시장이다. 이 시장은 초기 비용이 크지만 보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데이터 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목받는 유형이기도 하다. 국내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그나마 36% 정도 되는 퍼블릭 클라우드와 달리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은 레드햇, VM웨어, 뉴타닉스 등 글로벌 기업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이런 독과점 상황에서 토종 기업인 오케스트로가 프라이빗 클라우드 영역의 핵심축인 가상화 SW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레드햇과의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례도 늘었다. 범정부 통합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22년 클라우드 자원 중 가상화 SW를 레드햇에서 오케스트로 제품으로 교체했다. 국내 한 은행계 금융그룹은 2022년부터 레드햇 가상화 SW 전량을 오케스트로로 대체했다.
지난해 글로벌 가상화 SW재단인 오픈인프라재단에서 독보적 입지에 있던 레드햇은 회원사 등급이 강등됐지만 오케스트로는 최고등급(플래티넘)으로 승격되면서 한국 기업 최초로 이사회 멤버가 됐다. 오케스트로는 가상화 SW 기술 투자를 위해 15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 국내 클라우드 SW 회사 중 가장 높은 기업 가치(6300억원)를 인정받고 있다.
레드햇의 ‘끼워팔기’는 오케스트로의 위협적인 성장세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외산과의 경쟁에서 기술 우위에 선 국산 SW마저 퇴출당할 경우 국내 SW시장에서 해외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해 전체 공공 IT 시스템에서 국산 SW 비율은 42.3%로 2022년의 47.3% 대비 5% 포인트 감소했다.
국내 SW시장이 경쟁력을 잃고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된 결과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브로드컴에 인수된 폐쇄형 가상화 SW 강자 VM웨어가 가격 정책을 변경하면서 국내기업이 혼란에 빠졌다. 단품 제품을 이용하던 기업은 필요 없는 다른 솔루션까지 포함된 비싼 패키지 구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SW 사용 비용이 기존의 5배에 이르는 곳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고객사들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지배력 탓에 이른 시일 내 대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구독료가 인상됐다고 즉시 중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 탓이다. 다른 대안을 찾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성하는 하드웨어(HW), SW 대부분이 외산 기반”이라며 “기술경쟁력이 있는 토종 SW를 육성하지 않으면 글로벌 밴더에 휘둘리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