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의 정치력 부재 드러낸 尹·韓 ‘빈손’ 회동

입력 2024-10-22 00:30 수정 2024-10-22 00:32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대통령실에서 80분간 만나 김건희 여사 논란을 비롯한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회동은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지 한 달 만에야 이뤄졌다. 또 독대가 아닌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3자 차담 형식 만남이었다. 회동 날짜와 형식을 둘러싼 신경전에서 예견할 수 있었듯 결국 현안과 관련해 속 시원한 해법이 없었던 ‘빈손’ 회동에 그쳤다. 회동 결과에 실망한 국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회동에서 한 대표는 최대 현안인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3가지 요구 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제기하며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 배제,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관련 절차 협조가 그 3가지다. 한 대표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공석인 대통령실 특별감찰관도 빨리 임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요구에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동 뒤 대통령실이나 한 대표 측에서 윤 대통령 반응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없는 것으로 봐선 오히려 심각한 이견을 드러냈을 개연성이 높다. 여권 수뇌부가 모처럼 마련된 회동에서 제일 중요한 현안에 아무런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건 정치력 부재라고 밖에 달리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 문제는 여당뿐 아니라 국민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어 그냥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조속히 내놓지 않을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 대표는 회동에서 의정(醫政) 갈등을 풀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할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또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민생 대책과 정부의 개혁 과제 및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의료나 민생, 외교안보는 국민들 삶이나 국가 미래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김 여사 논란과 별개로 대통령실과 여당이 계속 머리를 맞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자칫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더욱 멀어져선 안 된다.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 문제를 다 풀긴 어려웠을 것이기에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소통해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호흡을 잘 맞춰야 국정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고 그게 국민들 삶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고 ‘윤·한 갈등’이 더 첨예해진다면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