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한 슈퍼에서 만난 김모(51)씨는 “아들이 김치를 무지 먹어서 김장을 하긴 해야 하는데 배추값이 비싸서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비싼 재료비를 보자니 차라리 김치를 안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등 김장용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의 걱정이 쌓여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1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 소매 가격은 9162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가격이 올랐다. 배추 10㎏(그물망 3포기) 중도매 판매 가격도 전년 평균 대비 96%가량 상승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에 들어서면 배추 출하지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배추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기를 기다리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소비자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김장 의향 조사’에서는 11월 하순 이후로 김장 시기를 미루겠다는 응답자가 62.3%에 달했다. 올해 김치를 담그겠다는 응답자는 68.1%로 지난해(63.3%)보다 늘었다. 고물가 속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소비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대형마트 3사 간 절임배추 사전 예약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절임배추와 김장 재료를 사전 예약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예약 기간 중 롯데마트는 해남·영월·평창 절임배추(20㎏)를 4만~6만원대 가격에 책정했다. 지난 사전 예약 당시 20㎏ 해남 절임배추는 회원가 기준 최저 2만9900원 특가로 판매되면서 당일 완판됐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전체 절임배추 사전 예약 매출은 전년 사전 예약 기간 대비 약 3배 정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전 예약은 12월 15일까지 진행된다.
홈플러스는 9일부터 절임배추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고, 총 3차에 걸쳐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1차 사전 예약 행사에서 전점 한정 수량으로 들여온 절임배추 20㎏(2만9900원) 역시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첫날 완판됐다. 사전 예약 첫주차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80% 오르고 전국 대부분 매장에서 ‘오픈런’을 빚었다. 홈플러스는 해남 절임배추(20㎏)를 매장 픽업 시 3만9900원, 택배 배송 시 4만49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7일간 단독 운영하는 품종인 베타후레쉬배추와 일반 배추 등 2종의 절임 배추의 사전 예약을 받는다. 이마트는 홍천과 문경, 예산, 무안, 부안 등 여러 산지와 계약 재배를 마쳐 지난해보다 재배 면적을 늘리고 산지마다 다른 작황으로 인한 위험 부담을 낮췄다.
정부도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배추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출하 장려금을 준다. 배추 할인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장철 물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전체 물가는 안정세이지만, 김장재료 등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다”며 “수급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위축된 소비심리 회복에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