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움직이더니 상자 속에서 호스를 꺼내 책상 위에 올린다. 카메라를 통해 호스를 스캔한 뒤 조립하기 적절한 방향으로 다시 조정한다. 그러면 다른 로봇이 인공지능(AI) 비전 알고리즘 판단을 통해 호스 부품의 형체를 인식하고 들어 올려 엔진에 조립한다.
셔터가 열리자 4족 보행 로봇이 걸어 나온다. 로봇은 방지턱 등 장애물을 넘어 공장 내 제어반으로 이동한다. 카메라를 통해 제어반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 좁은 골목을 통과해 공장 내 압력 게이지가 정상치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동한다. 이동 중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감지할 수 있다. 순찰이 끝나면 셔터 안으로 복귀한다.
현대차·기아는 21일 경기도 의왕 의왕연구소에서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4’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포레스트는 현대차·기아의 스마트공장 브랜드다. 올해로 5회째인 테크데이는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및 협력사가 제조 기술 혁신을 통한 SDF 구현을 가속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중인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언론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행사에서 SDF(Software Defined Factory)로의 전환을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SDF는 설비 기능, 성능, 제조 지능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업데이트되고 생산성, 품질 등이 지속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공장을 의미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SDF가 구축되면 제조 지능이 고도화되고 유연성이 확보되는 만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및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생산 준비기간 단축을 비롯해 생산속도 향상, 신차 투입 시 투자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에 미리 공개된 전시장엔 SDF를 비롯해 미래항공교통(AAM), 로보틱스, 스타트업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엿볼 수 있는 기술 200여 건이 전시돼 있었다.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6개의 그룹사가 28건, 스타트업이 5건의 전시에 참여한다.
알루미늄 외판 면 밀착 자동사상 시스템도 이 중 하나다. 프레스 공정을 통해 나온 자동차 외판에 요철 불량이 없는지 등을 비전 카메라 등으로 검사하고, 자동으로 사상(표면을 매끄럽게) 작업을 수행한다. 작업자를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균일한 품질을 낼 수 있다.
실내에서 차량에 바람, 소음을 발생시키고, 실제 주행환경과 같은 진동을 가하는 검사설비인 인라인 소음 AI 검사 기술도 있었다. 차량 내부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이 없는지를 진단한다. 또 차량 개발 단계에서 외부 시험로에서 이뤄지던 검사를 내부에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스마트공장 브랜드로 AI과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 및 인간 친화적인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제조 시스템을 혁신하고 나아가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왕=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