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원의 사랑’ 베풀어주세요”…20년 연탄지기의 호소

입력 2024-10-22 03:07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 목사가 2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연탄은행 본부에서 ‘사랑의연탄 300만장’ 나눔 캠페인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역대급 한파가 예고된 올겨울을 앞두고 기후취약계층과 소외이웃을 돕는 구호단체의 겨울나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에 따른 후원의 손길이 줄어든 탓이 크다. 어느 때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은 현재 ‘기후환경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연탄 300만장 나누기’를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가난한 이들이 기후 대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연탄이 생존을 위한 필수 에너지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2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연탄은행에서 만난 허기복 목사는 “연탄사용 가구의 80% 이상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기 때문에 교회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가계소득이 줄고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난로의 사용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 목사는 지난달 세 번째 책 ‘밥과 연탄으로 만든 길’을 펴냈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절망에 빠진 이웃을 마주했던 그는 담임 목사직을 내려놓고 사회복지 현장에 뛰어든 순간부터 27년간 어려운 이웃들과 동고동락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 사회의 소외이웃들이 품고 있는 애환과 허기, 슬픔, 공허함을 온기와 희망으로 변화시킨 기적 같은 사연을 엿볼 수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무일푼 봉사를 시작한 그는 지금 소외계층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됐다. 수익금은 전액 연탄후원에 쓰일 예정이다.

“제 삶을 보고 누군가는 억척스럽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열심히 산다고 해요. 혼자 살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홀로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살아가는 거죠. 소외 이웃에게 작은 관심이라도 보인다면 충분히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허 목사는 바울이 말한 초대교회 정신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어려울수록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고 어려운 이웃을 살펴야 한다”며 “사회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화 된다고 해도 교회와 성도는 세상 논리와 방식으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전국 연탄사용가구는 7만4167가구다. 한 가구가 겨울을 보내려면 1100여장, 한 달에 최소 2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인 삼천리 연탄공장이 폐쇄되면서 물류비가 증가해 연탄 한 장 가격이 850원에서 900원으로 인상됐다.

허 목사는 “불경기와 연탄후원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올해 목표치인 300만장을 채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소외 이웃을 위해 900원(연탄 1장 가격)의 사랑을 베풀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