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에게 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묵과하기 어렵다. 명씨에게 돈을 내고도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반발하자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이 돈을 돌려줬다는 주장은 ‘명태균 스캔들’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 간의 금전거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의혹의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
통화 녹취록을 인용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명씨는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28일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해야 하니 지금부터 선거 전까지 매일 여론조사를 실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명씨는 여론조사 비용을 당초 김건희 여사에게 청구하려 했다고 한다.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명씨는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 3명으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던 강씨는 어제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통화 녹취록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명씨의 여론조사가 무엇이길래 명씨가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당당히 돈을 요구했는지 의문이다. 만일 명씨가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을 벌인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이다. 설사 명씨가 윤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는 건 범법 행위다. 공천 탈락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명씨 대신 김 전 의원이 부담한 동기와 배경도 석연치 않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전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창원지검은 고발장을 받은 지 9개월이 지나서야 명씨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명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며 연일 여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명씨가 불법 여론조사로 대선에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선거의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도 있다. 검찰은 불필요한 의혹이 확산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