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진수 (13) 회사 그만두고 미국 뉴저지주에서 사업 시작

입력 2024-10-23 03:07
김진수 긱섬 대표는 1992년 8월 미국 뉴저지주에 이미지솔루션스(ISI) 회사를 설립했다. 사진은 당시 회사로 사용했던 그의 주택 모습. 김 대표 제공

내가 일하던 LRS사는 장래의 성장과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상장회사가 되면서 회사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매 분기 실적에 치중했고 이에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가기 시작했다. 또 주식을 배당해줄 것처럼 말하던 일도 없던 일이 돼버렸다.

사업을 시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그 어떤 여건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자본도, 경영지식도 없었다. 하지만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기회는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만약 사업에 실패할 경우 내가 가진 기술이면 재취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업에 앞서 나는 회사 부사장에게 먼저 계획을 알렸다. 그는 내게 계속 직장에 다니면서 개인 사업을 준비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너무 안전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배수진을 쳐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일을 하려면 200%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1992년 8월 20일 나는 미국 뉴저지주에 이미지솔루션스(ISI)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라고 해봤자 우리 집 2층 방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한국에 있는 한 대기업으로부터 제법 큰 프로젝트가 수주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가 맡기로 했던 프로젝트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바람에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처음부터 곤경에 빠졌다.

창업한다는 것은 광야의 삶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퇴로가 막힌 홍해를 건넜다는 이야기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넌 다음엔 아마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돌아갈 길이 없어진 것이었다. 육로로 왔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만 바닷물이 갈라졌기에 그렇다. 나 역시 돌아갈 길 없는 홍해를 건넌 셈이다. 이제는 광야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창업한 회사와 대기업은 큰 차이가 있다. 대기업은 철저하게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한다. 그런데 창업 기업은 그렇지 않다. 많은 것이 계획한 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철저한 계획이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혀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한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도 일은 벌어지게 돼 있다. 그것이 계획한 일이든 계획하지 않은 일이든 상관없다. 시작하기로 할 땐 완벽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어느 정도 확신만 생기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하나님께서 역사하고 싶으셔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믿음은 일단 움직이는 것이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