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지원과 목회 안정성 확보를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저출산 고령화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가 더욱 생명을 돌보는 일에 매진해야 하고 나아가 청년세대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는 31일 열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행정총회에서 4년 임기의 신임 감독회장직에 오르는 김정석(63) 감독회장 당선인의 생각이다. 국민일보는 주요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김 신임 감독회장을 만나 한국교회 여러 현안을 두고 질의응답을 나눴다. 대담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 1층 베다니홀에서 진행됐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지난달 26일 열린 감독회장 선거에서 5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2위와의 득표율 차이가 두 배 이상인데.
“감리교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본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만㎞를 다니며 6700여 목회자들을 만났다. 시대는 변하는데 감리교단은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총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이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4년 임기의 감독회장이다. 무엇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보나.
“감리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자립교회 문제가 제일 큰 관심사다.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코로나, 그리고 탈(脫)기독교를 말하는 포스트크리스처니티(Postchristianity)의 시대다. 교회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교회를 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시대가 아니다.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겠다는 소명을 가진 감리교 목사들이 많다. 교단이 어떻게 연회와 연합해서 미자립교회를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자립교회로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니라 생활 안정을 어떻게 보장할까, 이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기감 서울남연회 감독을 맡았을 당시 미자립교회를 돕는 기금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교회가 서로 돕고 협력하면서 교회의 공공성을 공공재로 여겨야 한다.
목회 은퇴 후 생활도 문제다. 우리 교단엔 은급 제도가 있는데 목회 안전망 차원에서 노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교단 내부적으로는 선거제도 개혁, 본부 구조조정, 신학교 통합 등이 당면 과제다. 작지만 콤팩트한 것이 임팩트를 가져온다. 시대에 맞게 작은 규모로 운영하면서 역량을 키우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만나면서 한국교회 현실을 더욱 체감했을 것 같다.
“교단별로 지역적 분포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교회가 어렵다. 예를 들어 농촌 교회는 15년 전만 해도 70~80명 성도가 모이던 곳이 지금은 10명 미만의 어르신들만 남아있다. 교회에 역동성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교회에 모인 한 영혼, 한 영혼이 소중하다. 어떻게 총회가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령사회에 대한 고민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회학교 문제도 심각하다. 어느 교단인들 절실하지 않겠는가. 저출산 문제도 있다. 교회학교가 안 되는 곳에선 여러 교회의 교회학교를 묶는 연합교회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신앙교육도 중요하다. 부모가 바른 신앙생활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신앙의 계승자가 돼야 한국교회의 미래가 있다.
또 하나, 이중직 문제도 있다. 이젠 이중직을 생계형으로 보지 말고 선교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전도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비즈니스를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목사는 사명자이니까 굶더라도 강단에서 버텨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도 바울도 텐트 메이커였고 일하면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를 만났다. 이중직은 선교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저출산 문제로 축소사회 위기의식이 높다. 국민일보는 ‘하나님의 선물, 아이좋아 시즌2’ 기획을 진행 중이다. 교회 공간을 육아 지원에 활용하는 등 교회의 역할이 있다고 보는데.
“좋은 생각이다. 교회는 더 신앙적 관점에서 생명 신학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주님은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말씀하신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인간으로서 성숙해진다. 교회는 끊임없이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사람들이 불안해서 발생하는 측면도 있는데, 그 불안감에 대해 교회가 생명과 창조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완화할 수 있다. 교회 공간을 활용해 목회자 교역자가 지역사회를 섬기고, 작은 도서관이나 돌봄 센터 등을 운영해 교회가 주 7일간 가동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움직이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국민일보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들을 보도하고 시상하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 토요판에는 유아 세례를 진행한 가정들을 소개하고 상품권을 보내 응원하는 이벤트도 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선교 140주년을 맞고 있는데, 격변기를 너무 많이 겪었다. 근대화 일제강점기 전쟁기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과학화 현대화 등등을 겪어 왔기에 세대 구분이 많고 미래 준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매일 그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정신을 도입하느라 내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잊고 살아왔다.
가정의 중요성도 이제야 강조하고 있다. 교회에서 계속 아이들을 잘 돌봐야 한다. 앞선 세대에선 가정에서 대화하라 이런 말도 잘 못 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이고 그만큼 부유해졌다. 교회에서 생명의 가치, 가정의 중요성을 더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청년세대 복음화율이 낮아져 미전도종족 수준이란 말도 나온다. 한국교회는 청년들을 어떻게 품어야 할까.
“교회가 청년들의 바람(needs·니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엑스세대, 밀레니얼세대 등 세대마다 요구 사항이 다른데 교회가 분별을 잘 못 한다. 젊은 사역자가 많아야 청년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요즘 청년들은 ‘홀로 된 시대’를 살고 있다.
각자 자기만의 공간, 자기 생각을 진리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사람과 나누고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 미숙할 수도 있다. 기독교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이란 책도 냈다. 여럿이 하던 볼링을 이젠 혼자서 하는 시대다. 교회가 고립된 청년들에게 공동체적 관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가 청년들을 알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그들의 세계관,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요즘 청년들은 결혼 전에 동거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교회가 정죄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기독교적 가치로 포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동성애에 관한 접근도 그렇다. 오해 없길 바란다. 동성애는 성경에서 말하는 죄다. 명백하다. 그렇지만 ‘저건 죄야’라고만 말하지 말고, 그들을 어떻게 복음으로 포용하고 돌이키게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차별과 혐오로 보이지 않게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맞는 대처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질하기 전에 어떻게 회개하고 돌이키게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한국 선교 140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을까.
“나는 기독교가 대한민국을 세웠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선교 140주년 역사를 보면 기독교가 근대화의 시작이었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인 것은 맞지만, 기독교가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선교사들이 와서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우고 여성 인권도 세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정신을 심어준 것이다.
기독교가 모든 걸 했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내 안의 의와 거룩함과 화평함이 드러나야 한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물질적 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복, 의와 거룩함과 화평이 드러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다수인 시대가 와야 한다.”
정리=우성규 손동준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