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의 실험… 반도체·데이터센터 폐열로 집 데운다

입력 2024-10-22 04:11
경기 성남시 한국지역난방공사 판교지사 내부. 이의재 기자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가 다 쓰고 버려지는 폐열을 재활용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및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배출되는 폐열을 난방 등 용도로 재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게 되면 열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배출하던 온실가스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2010년 기준 1인 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국가라는 오명을 만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난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을 첫 실험대로 삼았다. 지난 3월 삼성전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에서 활용한 뒤 폐수처리시설을 거쳐 방류되는 냉각수를 난방용 에너지원으로 쓰겠다는 목표다. 열을 빨아들인 냉각수를 정화한 뒤 히트 펌프로 온도를 높여 주변에 공급하는 구조를 설계 중이다. ‘재활용 열’은 기흥캠퍼스 내 신축 건물 및 연구시설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이 성공하고 본 사업 형태가 된다면 세계 첫 기술이 된다. 한난은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에 필요한 기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에는 역시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하는 방안도 구체화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이지스자산운용과 폐열 활용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업비 1조2000억원 규모인 데이터센터 구축 후 나오는 폐열을 난방용 연료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 역시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폐열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도심에 위치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폐열을 재활용하면 기온을 끌어올리는 ‘열섬’ 현상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무엇보다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이 된다. 국제 비영리 단체인 REN21이 발간한 ‘2022 글로벌 재생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최종 에너지 소비량 중 열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상회한다. 열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에너지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탓이다. 열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재활용 열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폐열을 활용하기 위해 특정 온도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추가 에너지 소비가 필요해서다. 한난 관계자는 “기술적 측면에서 60도 이하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건물 부문에 재활용 열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