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사건’ 김여사 압수수색 영장 ‘0’… 檢 수사 의지 ‘의구심’

입력 2024-10-21 01:21

검찰이 4년6개월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건희 여사 휴대전화 등에 대해 한 차례도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 불기소 처분 배경을 브리핑하면서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음을 언급했지만 오히려 ‘거짓 브리핑’ 논란으로 이어지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같이 진행돼 압수수색영장 같은 것도 함께 범죄사실을 적었고, 2020년 11월 김 여사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기각된 영장 혐의를 묻자 “코바나 사건이 주되긴 했지만 결국 코바나와 도이치는 같이 수사 중이었다. 압색영장에도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도이치 사건으로도 영장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건 코바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일자 “전달 과정의 오해였을 뿐 거짓 내용을 브리핑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브리핑에서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라고 전제한 후 “계좌주 중 압색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각된 영장에 도이치 사건 혐의는 없었다’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만큼 브리핑이 부정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했을 텐데 다음 날 바로 국정감사가 열려 대응이 잘 안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김 여사 자본시장법 혐의에는 한 차례도 강제수사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사팀은 “10년 지난 사건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국민적 공감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영부인이 아니었어도 이렇게 수사했을지를 놓고 두고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후 지휘권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실책으로 꼽힌다. 한 간부급 검사는 “단순히 책임 회피를 넘어 검찰의 지휘결재 시스템이 무력화된 것”이라며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취임 초기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휘권을 회복하지 못해 검찰총장이 사건의 책임 회피가 가능한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소집할 수 있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결국 열리지 못했다. 한 검찰 중간간부는 “수심위를 열고 권고에 따라 처분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았겠느냐는 목소리가 내부에 많다”고 전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지난해 7월 2차 서면 질의서를 보내고 지난 7월 답변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점도 의구심을 키운 대목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답변을 안 주면 (검찰이) 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강제수사 여부와 소환 방식 등을 볼 때 공정성에서 국민 신뢰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현 신지호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