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체결된 북·러 군사동맹이 군사물자 이동을 넘어 실제 대규모 전투병력 파병으로까지 이어졌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전 결험을 통한 전투수행 노하우도 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유사시 한반도 개입’을 확약받았을 거란 분석이 제기된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이유로 우선 군사력의 질적 강화 목적을 꼽았다. 북한으로선 당장 군사력 손실은 입을 수 있지만 미래 국방력을 따져보면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은 파병 경험이 많지 않아 사용 장비와 처우 문제로 실전력은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며 “정예 병력 파병을 통해 전투 현장에서의 실전력을 시험하고 실전 경험을 쌓아 북한 내 재래식 전력 제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앞서 러시아에 제공했던 122㎜·152㎜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현장에서 직접 운용하며 무기 사용 감각을 익히는 등 군사적 데이터를 축적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현대전이 인공지능(AI) 등을 반영한 ‘유·무인 복합전투’ 중심으로 바뀌는 상황이라 이에 취약한 북한군으로선 놓치기 어려운 ‘실습 현장’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북한이 후방 침투에 특화된 최정예 부대를 파견한 이유가 이런 신기술을 습득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실장은 “유·무인 복합체계 시대에는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 암살, 교란 등 이른바 적지 중심 작전이 안 맞는다”며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가 최신 군사 경험을 이어받으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군 파병이 과거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이후와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북한이 앞서 한국군이 베트남전 참전 이후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의 무기체계를 전수받은 것처럼 북·러 관계에서도 동맹 강화 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 기술 이전 등 한 단계 높은 대가를 받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러시아에 포탄 등을 제공하고 식량이나 원유 정도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규모 병력 지원까지 했으니 이전보다 더 큰 보상을 약속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군사 정찰위성 등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 북한의 독자적 개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가 그간 북한에 제공하지 않았던 군사 기술을 대거 이전해 주는 경우 우리 군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홍 위원은 “러시아의 반대급부가 군사적 형식으로 빠르게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약점으로 꼽혔던 노후화된 전투기 교체, 핵잠수함 건조, 자폭용 드론 기술 개발 등이 러시아 지원 속에 속도를 내게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국회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에서 “북한의 파병은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가담하는 위험천만한 도발이자 실익 없는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박민지 이택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