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매년 ‘경찰의 날’ 행사에 드는 예산을 꼼수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족한 행사 예산을 세목 조정을 통해 충당하고, 행사가 끝나고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예산 처리를 완료하는 식이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1일 제79회 경찰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경찰의 날 기념식은 경찰 내 최대 행사로 꼽힌다. 경찰청은 이번 주를 ‘경찰주간’으로 정하고 한인경찰 초청행사, 국제치안산업대전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경찰청은 경찰의 날 행사 비용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타 세목으로부터 예산 조정을 반복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9~2023년 결산 내역을 보면 경찰청은 매년 경찰의 날 행사에 3억5900만~5억8700만원의 돈을 썼다. 애초 편성됐던 예산은 2억3000만~2억5000만원에 그쳤다. 이에 경찰청은 적게는 1억3400만원부터 많게는 3억4300만원의 예산을 다른 세목으로부터 끌어다 쓰는 방식으로 예산을 충당하며 행사를 치러 왔다.
경찰청은 사전에 예산 부족을 알고도 늘 ‘사후 조정’했다. 행사는 10월에 했는데 예산 조정은 항상 12월이 돼서야 이뤄졌던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구체적인 예산 확보 없이 행사를 먼저 개최하고, 사후에 세목 간 예산 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식의 행정편의적 집행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청은 현실적으로 다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날 행사 규모가 매년 커졌지만 예산은 수년째 제자리여서 같은 예산 항목(일반경비) 내에서 세목 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내년에는 일반경비 예산 증액이 이뤄져 세목 조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올해 세목 조정은 행사일 직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의 날 행사의 의미와 규모를 감안해 주요 사업으로 빼서 별도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소방청은 ‘소방의 날’ 행사 개최 예산을 사업비로 편성해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