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진료비 규모는 느는데 의사 비중 되레 줄어

입력 2024-10-21 01:2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의사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의사 인력을 ‘값싼 노동력’인 전공의로 메우면서 주요 상급종합병원이 쌓은 고유목적 사업 준비금도 늘었다.

20일 건강보험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20조원으로 전체 의료기관 대비 비중이 22.9%에 달했다. 2014년만 해도 8조5000억원(20.3%)이던 진료비 규모는 2017년 12조원(21.9%), 2022년 19조원(22.4%)으로 점차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진료비 비중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의사 수는 2014년 2만1308명에서 2017년 2만1428명, 2022년 2만2683명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의사 수 대비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2014년 22.9%에서 2017년 21.4%, 2022년 20.2%로 감소 추세였다. 통계가 작성된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9.2%까지 떨어졌다.

부족한 의사 인력의 최대 절반 수준을 전공의로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별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연대 세브란스병원 40.2% 등에 달했다.

진료 환경에 대한 투자 대신 상급종합병원이 쌓아두는 고유목적 사업 준비금 규모는 날로 불어났다. 고유목적 사업 준비금은 비영리법인인 의료재단이 병원 시설 투자와 교육 등을 위해 적립하는 돈으로 법인세가 면제된다. 2022년 기준 ‘빅5 병원’의 고유목적 사업 준비금 전입금은 907억원으로 진료수익 대비 5.5% 수준이었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로 경영난을 겪는 상급종합병원의 준비금 규모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사립대 소속 25개 의료기관 중 18곳이 올 상반기 기준 평균 389억1000만원의 준비금을 적립하고 있었다. ‘빅5’ 가운데선 연대 세브란스병원이 5551억5000만원, 서울대병원이 1939억원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안팎에선 병원들이 준비금을 환자를 위해 쓰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선 통상 5년 주기로 장비 등에 새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금은 일종의 투자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한쪽에선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병원들이 의료개혁 추진 사업에 준비금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선 처우 개선이 절대적인 만큼 병원들이 준비금을 활용해 인건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