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연산 가능한 ‘양자 기술’ 선도… 상용화 땐 미래 산업 생태계 판도 변화

입력 2024-10-21 02:07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양자 컴퓨팅 기업 ‘자나두’는 전 세계 무대에서 양자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양자 컴퓨팅 기술은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컴퓨팅 시스템으로, 미래 산업 생태계의 판도를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술이다. 아직 상용화가 본격화하지 않은 기술이라 산업계와 학계의 협력이 활발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이 궤도에 오르면 반도체처럼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자나두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천 위드브룩 최고경영자(CEO·사진)는 기술 연구를 위한 산학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브룩 CEO는 “전 세계 105개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한국 대학과도 고려대 등 10개 이상 대학교와 협력을 약속했다”며 “많은 대학에서 퀀텀 컴퓨팅을 교육하고 있는 만큼,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팅 분야는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업계와는 달리 협력이 활발하다. 다만 동시에 미국의 퀀텀 컴퓨터 수출 통제 등 국가 간 규제는 이미 시작됐다. 위드브룩 CEO는 “아직까지는 기술이 궤도에 오르기 전이라 다른 기관들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기술 공유나 협업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단계지만, 곧 국가·기업 간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 강연자로 참석한 파올라 카펠라로(사진) MIT 교수도 현재의 양자 기술 발전 단계에서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펠라로 교수는 “양자 기술은 현재 기초 체력을 키우는 단계다.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여러 방면에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며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다. 전 세계 연구자들을 만나 의논하고 협업하는 것은 늘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양자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카펠라로 교수는 “학생들을 육성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법처럼 1년 안에 양자 기술이 발전할 수는 없다”며 “대학원생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긴 호흡으로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드브룩 CEO는 “한국뿐 아니라 캐나다, 미국, 유럽 등 정부가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 기술이 큰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정부 지원은 필수적”이라며 “캐나다는 양자 분야에 20년 동안 투자해 왔고, 이 같은 투자는 인재 양성과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보스턴=글·사진 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