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상대성 원리: 젊음의 비밀

입력 2024-10-22 03:08

인간은 모두 나이가 들지만 서로 다른 속도로 늙어간다. ‘상대적 젊음의 원리’를 설명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몸속 줄기세포다. 줄기세포는 생명 유지와 젊음, 재생을 결정짓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몸이 노화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몸은 끊임없이 자신을 재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에는 약 100조 개의 세포가 있는데 노화되고 병든 세포는 매초 줄기세포에 의해 새롭게 교체된다. 말 그대로 우리 몸은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는 그 능력이 뛰어나다. 줄기세포는 온몸에 퍼져 있지만 골수는 줄기세포가 가장 많이 집중된 부위 중 하나다. 골수의 줄기세포는 미분화 상태에 가까운 세포다. 태어날 때부터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새로운 세포를 생산한다. 이 줄기세포가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을 것이다.

줄기세포는 미분화 상태일수록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미분화 상태란 아직 어떤 세포로 자랄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의 줄기세포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변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줄기세포의 수와 능력이 나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줄기세포의 수가 준다는 건 잘못된 정보다. 이 연구를 30년간 해보니 줄기세포는 나이에 따라 수가 줄거나 능력이 저하되지 않는다. 줄기세포의 능력은 환경과 생활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영양 공급이 부족한 젊은 사람보다 영양 상태가 좋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노인에게서 더 활발한 줄기세포 활동이 관찰된다.

줄기세포는 ‘자기 복제 능력’ ‘다분화 능력’ ‘호밍 효과’란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자기 복제 능력은 스스로를 복제해 늘어나는 능력이고 다분화 능력은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호밍 효과는 손상된 조직이나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 치료를 돕는 능력을 말한다. 이 효과 덕분에 줄기세포는 체내 손상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며 그곳에서 재생 작용을 돕는다. 병원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몸 안의 ‘내부 의사’인 줄기세포가 훨씬 더 정밀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특히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는 조혈모세포가 있으므로 다른 부위의 줄기세포보다 훨씬 더 많이 분포해 있다. 조혈 작용과 면역력 강화, 신생 혈관 생성과 같은 생명 유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 줄기세포는 항노화에 뛰어난 사이토카인과 성장 인자가 있다. 이 덕분에 줄기세포는 노화를 늦추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허혈성 질환(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질환)이 발생했을 때 골수의 줄기세포가 활발히 작용해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줄기세포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어린 미분화 상태일수록 더 두드러진다. 미분화 상태의 줄기세포는 어떤 환경에든 적응할 수 있으며 그 환경에 맞게 분화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처럼 줄기세포도 분화 상태가 진행되면 특정 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래서 미분화 상태, 즉 ‘어린’ 상태의 줄기세포가 중요하다.

줄기세포의 능력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줄기세포가 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영양 공급과 스트레스 최소화,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운동이 그 비결이다. 이 네 가지 요소는 몸 안에서 줄기세포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줄기세포는 나이를 불문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직접 줄기세포를 만들 순 없지만 최상의 상태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도 줄기세포가 활발한 활동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젊을 수 있다.

줄기세포는 하나님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줄기세포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보자. ‘젊은 노인’으로 사는 가장 확실한 비결이다.

<선한목자병원장>